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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초점]웃기지 못한 '개콘'의 퇴장, 지상파 공개 코미디 이젠 추억속으로

/ 사진=KBS 제공




지상파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완전히 사라진다. 대한민국 코미디의 상징인 KBS2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오는 6월 3일 마지막 녹화를 끝으로 휴식기에 들어가고, 10회 시즌제로 예정됐던 ‘스탠드업’도 종영하면서 이제 지상파 어느 곳에서도 공개 코미디 형식의 프로를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해 11월 파일럿 방송으로 시작해 올 1월 정규 편성된 ‘스탠드업’은 차별화된 공개 코미디라는 점에서 기대감에 불을 지폈다. MC 박나래의 진행 하에 시청자들의 19금 사연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겪은 아찔한 에피소드까지, 다소 낯선 소재와 수위 높은 아이템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고 시청자들에게 신선한 웃음을 안겼다. 그러나 전 회차가 시청률 2%대로도 진입하지 못하고 5월 27일 막을 내렸다.

그 뒤를 이어 21년간 대한민국 공개 코미디를 대표했던 ‘개그콘서트’가 다음 달 중 잠정 중단된다. ‘개콘’은 수많은 유행어와 시대를 통찰한 코너들로 코미디 트렌드를 선도했으나 결국 세월의 모진 풍파를 견뎌내지 못했다. 달라진 방송 환경과 코미디 트렌드 변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한계 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두 손을 들었다.

MBC와 SBS는 이미 공개 코미디 프로에서 손을 뗀 지 오래다. 2005년부터 ‘웃는 데이’, ‘개그야’, ‘하땅사’ 등으로 공개 코미디 열풍에 뛰어든 MBC는 시청률로 고전하다 5년 뒤, 공개코미디 체제를 폐지했다. 2003년 첫 방송을 시작해 ‘웅이 아버지’ , ‘나몰라 패밀리’ 등 숱한 화제를 낳은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도 2017년 자취를 감췄다.

이로써 현존하는 공개 코미디 프로는 tvN의 ‘코미디 빅리그(이하 코빅)’가 유일하다. 2011년부터 방송 중인 ‘코빅’이 공개코미디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만 예전만 못한 형편이다. 코미디언 박나래, 이국주, 황제성, 양세찬, 문세윤 등이 코너별로 팀을 이뤄 공개 코미디를 선보이고 있으나 이들의 애드리브에 의존하거나 진부한 상황극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공개 코미디가 내리막 길을 걷고 있는 사이를 틈타, 새로운 장르의 코미디가 등장하기도 한다. 바로 JTBC의 ‘장르만 코미디’다.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가 ‘숏폼(짧은 형식)드라마’로 이뤄진 코미디 프로를 7월에 선보인다. ‘장르만 코미디’는 드라마나 웹툰, 예능, 음악 등 다양한 장르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코미디의 확장성을 추구한다.

/ 사진=tvN 제공




이처럼 코미디 트렌드가 리얼이나 야생, 관찰 버라이어티, 패러디 등 점점 자극적이고 몸을 사리지 않는 방식으로 변화하면서, 콩트가 주를 이루는 공개 코미디 프로는 한 물간 장르가 돼버린 것처럼 보인다. 여기다 유튜브와 온라인 동영상서비스(OTT)가 급성장해 지상파 공개코미디는 점점 뒷방 늙은이 신세가 됐다.

시류에 편승하지 못한 공개 코미디 프로 자체 내의 문제점도 분명 존재한다. 날카로운 메시지를 던졌던 시사 풍자는 더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됐고, 신체나 외모 비하, 성차별적 내용을 담은 개그도 여전하다. 흉내 내기나 몸개그, 선배 코미디언의 인기에 기대는 프로들은 신선한 재미를 주지 못한다. 창의력이 돋보이는 새로운 프로도 없다.

정통 코미디 프로의 전멸과 함께 다수의 코미디언들이 설 무대가 점점 줄어든다는 것도 문제다. 낮은 시청률에 대한 철저한 원인 분석 없이 프로그램 폐지만 반복하는 건 아닌지, 일부 인기 코미디언에게 프로가 집중된 구조는 아닌지 진지하게 돌이켜봐야 할 때다.

다행히 공개 코미디 프로에서 이미 설 자리를 잃은 일부 코미디언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새 진로를 구축해나가고 있다. 코미디언 윤형빈은 자신의 이름을 딴 소극장에서 ‘홍대 코미디 위크’를 진행하며 신인을 발굴 및 육성해 방송-무대 선순환을 꾀하는 중이다.

MBC와 SBS ‘웃찾사’ 출신 개그맨들은 유튜브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서 새로운 방식의 웃음을 선보이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KBS 소속 코미디언들도 프로그램 종영 이후 유튜브 채널인 ‘뻔타스틱’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코미디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상파 공개 코미디는 화려하게 폈다 사라지지만 ‘스탠드업’이 보여줬듯 체제의 정통성을 살리거나 변형시켜 새 장르로 언제든 부활할 수 있다. 공개 코미디 프로가 전멸하는 와중에 무엇보다 신인 혹은 더 많은 코미디언들이 설 수 있는 대안 프로그램,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의 방향성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코미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지상파가 또 다른 코미디 장르를 시도할 수 있는 장이 되길, 코미디 다양성 측면에서 선구자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안정은기자 seyo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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