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돌이’인 30대 직장인 B씨는 코로나19 이후 생활 반경이 더욱 좁아졌다. 영화는 집에서 유튜브·넷플릭스 등으로 보고 식사는 외식 대신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애용한다. 전화 외에는 스마트폰을 쓸 줄 몰랐던 60대 부모님도 최근에는 배달앱과 온라인 영상 서비스, 휴대폰 게임에까지 관심을 보여 대신 앱을 설치하고 방법을 가르쳐드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와 언택트 트렌드의 영향으로 소비 행태가 바뀌고 있다. 특히 배달앱과 영상·디지털 콘텐츠, 온라인 쇼핑몰은 주요 소비층이었던 2030세대보다 40대 이상의 소비가 더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모임의 규모는 눈에 띄게 작아졌고 집 근처에서 모든 소비를 해결하는 ‘동네 소비’도 늘었다.
29일 KB국민카드가 올 들어 지난 5월19일까지 20주간의 카드 결제 데이터를 2주 간격으로 분석한 결과 이 기간 동안 △배달앱 △영상·디지털 콘텐츠 △게임 업종의 카드 이용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배달앱과 영상·디지털 콘텐츠 소비는 국내 코로나19 확산이 가팔랐던 2월 중순~3월 초에 1년 전보다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그중에서도 40~60대의 온라인 소비가 눈에 띄게 늘었다.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3월 중순 이후 40대의 배달앱 카드 이용액은 1년 전보다 세 배 넘게 늘었다. 구글·유튜브 등 영상·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는 60대의 카드 이용액이 세 배 넘게 늘어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고 쇼핑몰 결제 이용 증가율 역시 60대가 가장 높았다.
외식 분야에서는 ‘소규모화’ 흐름이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 속도가 빨랐던 2~3월 동안 음식점·주점에서의 카드 이용은 확산 전에 비해 70% 수준으로 줄었는데 그중에서도 이용금액이 10만원 이상인 결제 건수는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불가피한 소규모 모임 외에 대규모로 사람이 모이는 자리는 자제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집과 가까운 곳에서의 ‘근거리 소비’ 경향도 두드러졌다. 오프라인 가맹점에서의 결제가 눈에 띄게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집에서 반경 1㎞ 이내에 위치한 가맹점에서는 카드 이용액이 지난해와 거의 비슷한 수준(98%)을 유지했다. 거리가 먼 가맹점에서의 카드 이용은 지난해의 80% 수준으로 감소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출퇴근 시간도 다양해졌다. KB국민카드가 강남역 등 평일 이용 빈도가 높은 서울 시내 30개 지하철역을 이용하는 30~50대 고객들의 지하철 이용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통적인 출근 시간대(오전7~10시)에 교통카드를 찍는 건수는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비해 최대 18.6% 줄었다. 오후5~8시에 몰렸던 퇴근 시간대도 확산 이전에 비해 20%가량 이용 건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KB국민카드의 한 관계자는 “재택근무·시차출퇴근제 등 근무 형태의 변화가 생활 패턴의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빈난새기자 binthe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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