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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규제3법, 외인 투자가에 유리한 판 만들어 주는 꼴"

경제부처 장관 출신 5人

"시장 쥐고 흔드는 규제3법...관치경제 빌미될수도"

경제민주화로 뭉뚱그려 재벌 무조건 제재하려는 접근 위험

감당하기 힘든 규제 불쑥 꺼내...장기계획 세워 동의 구해야

경제부처 전 장관들의 기업규제 3법 관련 발언




“내용 자체가 비합리적이고 과합니다(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외국인투자가에 굉장히 유리한 요건을 만들 것입니다(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정치권에서 강행하는 ‘기업규제 3법(상법·공정거래법·금융그룹감독법)’에 대해 전직 경제부처 장관들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며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특히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 및 최대주주 의결권 3% 제한 등 독소조항으로 투기세력이 이사회에 진출하는 등 기업 경영권이 직접 침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급격히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 정부가 혁신 성장동력의 ‘판’을 마련해주지는 못할 망정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서울경제는 전광우 전 금융위원장,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현정택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등 전직 경제부처 장관 다섯 명에게 기업규제 3법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유 전 부총리는 “지배구조 개선과 기업 경영을 힘들게 하는 조항들을 구별해야지 경제민주화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서 재벌이 나쁘다고 접근할 일은 아니다”라며 “개정안이 외국인투자가에 유리한 요건을 만들어 기업을 굉장히 힘들게 하는 만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과거처럼 투기세력들이 합심해 원하는 감사위원을 앉힌 뒤 단기이익만 추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는 “기업규제 3법 중 개별입법의 실제 효과가 어떤지 따져봐야 하며 신중하게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면서 “현재 코로나19로 각 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전 금융위원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해 “해당 법 통과 시 지분 3%만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자칫 국내 기업이 기업사냥꾼의 먹이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정부는 이 같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듯이 특정 법안이 기업을 과도하게 옥좨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현 전 수석 또한 감사위원 선임 관련 안에 대해 기업에도 방어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 전 수석은 “기업은 외부공격을 방어할 수 있는 기제가 있어야 하는데 지금 같은 상황이면 경영권 방어가 힘들 수 있다”며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경영권을 유지하고 경영 방향을 지속할 수 있는 기조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삼성전자만 놓고 보면 이건희 회장(4.18%), 삼성생명(8.51%), 삼성물산(5.01%) 등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으로 등재돼 있으며 관련 지분은 21.20%(보통주 기준)에 달한다. 만약 관련 법안 통과 시 삼성전자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감사위원 선임 관련 의결권은 3%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감사위원 선임과 관련해 삼성전자 지분을 각 3%씩 들고 있는 헤지펀드 두 곳이 힘을 합칠 경우 삼성전자 최대주주 대비 2배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칫 투기세력들의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것이다. 현 전 수석은 길게 그림을 봐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규제를 불쑥 꺼내는 게 문제”라며 “3개년, 5개년 계획을 세워 놓고 차근차근 여야가 합의를 하고 기업이 동의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 경제부처 장관들은 여권은 물론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까지 힘을 실어주는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경제민주화가 자칫 정부가 시장을 주도하는 ‘관치경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우려다. 김 전 장관은 “경제민주화와 관련해 분배론과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화 등 이야기가 많은데 이와 관련한 규정이 선행돼야 한다”며 “결국 경제민주화는 극심한 불평등을 완화하는 방향이 될 것 같은데 지금과 같이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과도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상법 등을 살펴보면 정부 개입 정도를 너무 높여 관련 법이 자의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며 “자짓 권력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되며 관치경제로 흘러갈 수 있다”고 쓴 소리를 했다. 상법 개정안은 자칫 연기금의 개입 강도를 키우고 공정거래법의 전속고발권 폐지는 검찰 에 의한 기소권 확대는 물론이고 피해자나 경쟁자, 혹은 제3자에 의한 고소, 고발이 일상화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않다.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은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혁신이 담겨 있으면서 생산성까지 높이는 자원 배분이 이뤄져야 한다”며 “결국 연구개발(R&D) 등에 대한 역량 집중으로 지금의 위기 극복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양철민·박효정·하정연·조양준기자 조지원기자 chop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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