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의 인수합병(M&A) 속도를 높이기 위해 유럽연합(EU)과 협상에 나섰다.
4일 외신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이 EU의 반독점 규제기관인 집행위원회 측과 신속한 기업결합을 하기 위해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EU 집행위원회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일시 유예했다. 집행위원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세 번이나 일시 유예하는 등 시간을 끌고 있다.
집행위원회와의 만남에서 현대중공업은 독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일부 양보 조건을 내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양보 조건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EU 집행위원회가 자산매각이나 기술이전 등을 선호하는 만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EU는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경우 현대중공업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21%로 커지는 점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장의 독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은 LNG 운반선 선사들이 몰려 있어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과 합병해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대 규제기관인 EU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할 경우 다른 나라의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을 고려해 EU 심사 통과에 특히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EU·일본·중국·카자흐스탄·싱가포르 등 6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고 이 중 카자흐스탄과 싱가포르에서 승인을 받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해외 경쟁국 가운데 단 한 곳이라도 반대할 경우 인수에 악영향을 미친다”면서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EU의 심사를 빠르게 마무리 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종갑기자 gap@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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