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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 스포츠문화
574돌 한글날...'주권재민' 정신 담은 한글 글꼴 나왔다

'암박사' 박재갑, '재민체' 개발해 무료 배포

구한말 순종의 대한의원 개원 칙서에 기반

등록문화재 제449호 대한의원 개원칙서. /사진제공=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




‘대한의원 개원칙서’에 등장하는 33자의 한글 글꼴을 바탕으로 개발된 ‘재민체’를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가 붓글씨로 옮겨쓴 ‘대한의원 개원칙서’ /사진제공=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


“국운의 성쇠는 국민의 건강과 질병에 연유함이 많다.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을 살피건대, 위생사상이 아직 유치하고 의료기관이 갖추어져 있지 않아, 짐이 태황제폐하의 성스러운 뜻을 이어받아 담당 관리들로 하여금 우방에서 장점을 취해 의술의 보급과 진흥을 도모하고자 대한의원을 창설하기로 하였다. 담당 관리들이 업무를 충실히 행하여 이제 공사가 준공되고 개원식을 거행해 본 원의 업무를 시작하여 그 효과의 서광이 점차 원근에 미쳐 온 국민이 그 혜택을 입게 됨은 짐이 마음속으로 만족하는 바이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1874~1926)은 1908년 10월 24일 군주의 명으로 ‘대한의원 개원칙서’를 내려 이같이 적었다. 국운이 국민의 안위에 달려있다는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정신을 담아 병원을 설립하도록 명하는 내용이다. 등록문화재 제449호로 지정된 ‘대한의원 개원칙서’(이하 개원칙서)는 백성들을 위한 의료 혜택이 선왕인 고종 때부터 추진됐고 대한의원이 공식 기관임을 선포하는 높은 수준의 국가 공식 문서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이 개원칙서는 대한의원을 계승한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

574돌을 맞은 한글날을 앞두고 이 ‘개원칙서’의 서체를 바탕으로 한글폰트가 개발됐다. 국립암센터 초대원장, 국립의료원장 등을 지낸 박재갑 서울대 의과대학 명예교수가 ‘개원칙서’의 글꼴을 눈여겨 봤고, ‘서울서체’로 유명한 김민 국민대 사회문화디자인연구소 팀이 실질적인 폰트 제작과 개발을 맡은 ‘재민(在民)체’다. 주권이 국민에 있다는 정신을 담은 서체다.

‘암박사’로 명성이 있는 국내 암 연구의 권위자 박재갑 명예교수(72)는 국립암센터 탄생을 주도하고 한국종교발전포럼을 창설해 ‘종교 박사’까지 자임한 데 이어 한글학자, 서체 전문가 등과 함께 ‘한글 글꼴’ 개발을 실현해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았다.



박재갑 명예교수와 김민·박윤정 교수 등 ‘재민체’의 주인공들은 6일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원칙서를 한글 재민체로 되살리기까지의 과정과 함께 이 글꼴을 실제 활용한 작품들을 공개했다. 재민체 활용한 서예 작품으로 꾸며진 이번 전시는 다음 달 12일까지 한 달여간 진행한다.

박재갑 서울대 명예교수가 6일 서울대학교병원 의학박물관에서 열린 한글서체전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재민체로 쓰인 전시물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011년 정년퇴임 후 미술과 전각, 서예 등의 취미생활을 시작한 박 명예교수는 “서울대병원 시계탑 건물 앞을 지날 때마다 눈여겨 보던 개원칙서의 글꼴이 단아하고 아름다워 여러 차례 붓글씨로 임모(臨慕)하던 중 한문만 쓸게 아니라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20년 이상의 인연을 이어온 김민 교수가 지난해 설날 박 명예교수를 찾아갔다가 마침 글씨쓰는 모습을 보게 됐다. 김 교수는 “국민의 건강과 안위를 염려해 병원을 열라는 황제의 명을 7,000명 가까운 암환자들의 목숨을 구해낸 박 교수님이 적고 계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그 귀중한 뜻을 놓치고 사는 게 안타까웠다”면서 “황제의 말씀을 담은 칙서의 서체는 당대 최고 글씨 전문가의 솜씨이기에 ‘개원칙서’의 서체를 붓글씨로 쓸 수 있게 단순화 시켜 제작해 드린 것이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개원칙서’에 등장하는 한글은 중복 글씨를 제외하면 총 33자. 폰트를 제작하기에는 추가 연구가 필요했다. 박 교수가 한국학중앙연구원의 장서각으로 연구팀을 이끌었고 4,500여권의 고문헌 속 한글과 비교해 ‘개원칙서’의 우수성을 확인했다.

김 교수는 “세로쓰기의 개원칙서 글씨체를 현대식 가로쓰기에 맞게 재해석했고 아라비아·로마자 등을 오류없이 지원할 수 있어야 했기에 발빠르게 진행했지만 1년 반 이상 걸렸다”면서 “‘재민체’ 한글폰트를 위한 1,350자를 만들었고 신조어까지도 쓸 수 있는 확장형의 한글 2,350자를 완성했다”고 밝혔다. 이 폰트의 디자인적 특징에 대해 박윤정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겸임교수는 “궁에서 쓰던 한글서체는 관료들의 궁서체와 궁녀들의 궁체가 있지만 개원칙서의 글씨는 그 둘 모두와 달랐다”면서 “황제의 말을 옮겨쓰는 것이기에 돌기 부분에 힘이 담겨 외유내강을 드러내고 획의 맺음도 날카로우나 끊기지 않는 뼈가 담겨있다”고 말했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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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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