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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경제 더 나아져도 디스인플레…“인플레는 멀었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GDP 성장률 개선에도 당분간 물가상승률 둔화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가 14일(현지시간)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의견을 전하고 있다. /블룸버그TV 화면캡처




미국 경제 회복세가 예상보다 좋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10월 세계경제전망 수정을 보면 지난 6월 -8.0%로 예상됐던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4.3%로 3.7%포인트나 나아지는 것으로 나왔는데요. 지난달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역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6월의 -6.5%에서 -3.7%로 올려잡았는데요. 트럼프 정부에서 얘기하는 ‘V자’ 회복까지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상황은 개선되는 셈입니다.

성장률이 올라가면 인플레이션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레 커지게 됩니다. 특히 지금처럼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QE)와 제로금리로 유동성을 공급하고 있을 때는 더하죠. 실제 미국 내에서도 인플레에 대한 관심을 꾸준합니다.

그렇다면 인플레가 바로 찾아올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입니다.

여전히 디스인플레...CPI 상승률 낮아진다
마이클 페롤리 JP모건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생각보다 짧은 침체였고 회복은 예상보다 굳건하다. 더 나은 성장은 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인다”면서도 “하지만 여전히 실업률은 몇 분기 동안 올라갈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필립스 곡선에 따르면 실업률이 높으면 물가는 낮아지는데요.

그는 또 “우리가 인플레이션을 좀 더 높게 잡았지만 연준의 2%에는 못 미치며 일반적으로는 올라가는 건 맞지만 너무 멀리 나가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디스인플레 상황에 있다”고 못 박았습니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물가 상승률이 계속 플러스이지만 그 상승폭이 계속 줄어드는 것을 말합니다. 이날 나온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0.4% 상승해 전월 0.3%를 뛰어넘었지만 전날 나온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달보다 0.2%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 6월과 7월에 0.6%였던 것이 8월에 0.4%를 거쳐 이번에 0.2%까지 내려온 것이죠. 구체적으로 고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공장 가동 중단에 2월부터 6월까지 13%가량 급등했지만 6월 이후에는 8% 이상 떨어졌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학등록금과 임대료 역시 하락세죠.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인 루빌라 파루키는 “전반적인 물가 압력은 여전히 억제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CPI 추이. /미 노동부


사실 연준은 지속적으로 디스인플레를 얘기해왔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달 초에도 “디스인플레가 전세계에 만연하고 있다”며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하방압력이 크다”고 진단했는데요. 높은 물가상승률은 결국 금리인상을 불러올 수밖에 없어 개인과 나라 경제에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눈여겨 봐야 할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지요. 하지만 지금은 인플레보다는 디스인플레라고 보는 게 맞을 듯합니다.

늦어지는 부양책에 갈길 먼 고용시장
무제한 유동성에도 왜 물가는 크게 오르지 않는 걸까요. 페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얘기했듯 돈을 많이 풀면 자연스럽게 물가가 오르게 마련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러 상황이 다른데요.



우선 미국 경제는 불안한 회복세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파월 의장이 “추가 부양책 없이는 비극을 맞이할 수 있다”고 했다는 말을 전해드린 바 있는데요. 주사를 맞지 않고서는 홀로 서기에는 아직 힘든 상태라는 뜻입니다. 실제 IMF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올렸지만 내년은 4.5%에서 3.1%로 되레 1.4%포인트 낮췄습니다. 9월 미국의 실업률은 7.9%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파트타임 근로자까지 합친 체감실업률(U6)은 12.8%에 달합니다.

이런데도 추가 부양책은 늦어지고 있습니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이날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대선 전에 합의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는데요. 시장의 예측처럼 다음달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통령과 상원을 휩쓰는 ‘블루웨이브’가 가능하면 민주당이 대규모 부양책을 곧바로 추진할 수 있겠지만 대통령 선거 결과가 계속 혼돈에 빠지거나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지켜낼 경우 부양책이 바로 처리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본격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들먹이며 뒷다리를 잡을 수 있기 때문이죠. 리처드 클라리다 연준 부의장은 “미국이 코로나19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려면 여전히 최소 1년 이상 필요하다”며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고용시장의 경우 2023년은 돼야 예전 수준으로 회복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지배적인 의견입니다.

기술발전,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도 있어
인플레이션에 관한 한 기술발전과 고령화 같은 구조적인 요인도 고려해야 합니다. 비전펀드를 담당하고 있는 소프트뱅크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라지브 미스라 CEO는 밀컨 글로벌 콘퍼런스에서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인플레에 대해 생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며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이 세계의 공장이 되고 훨씬 더 싸게 상품을 생산해 인플레에 영향을 줬다. 디지털 경제로 진입하면서 상품과 서비스가 훨씬 더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으며 이는 인플레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 바 있는데요.

사례를 보죠. 13~14일 이틀 동안 진행되는 아마존의 ‘프라임데이’ 매출은 무려 75억달러(약 8조6,000억원)로 추정됩니다. 아마존은 최저가를 무기로 미국 유통시장을 점령해왔는데요. 온라인 상점은 경우 전반적으로 가격 하락을 몰고 왔습니다.

인구구조도 마찬가지입니다. 뱅크오브뉴욕(BNY)멜런웰스매니지먼트 CEO인 캐서린 키팅도 “미국과 일본·중국·유럽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고령화이며 우리는 경제가 늙게 되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하락하고 인플레가 감소하고 수익률이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일본이 그랬듯 고령화가 인플레에도 큰 영향을 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최근에도 지금의 상황을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규정했다. 당분간 높은 수준의 인플레는 없을 수 있지만 천문학적인 유동성 탓에 꾸준히 물가동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EPA연합뉴스


월가에서는 이런 상황이 최소한 수년 동안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뒤집어 얘기하면 수년이 지나면 높은 수준의 인플레가 찾아올 수도 있다는 얘기지요. 연준이 물가를 볼 때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PCE물가지수의 경우 올해 1.5%에서 2023년에는 2.0%로 연준의 정한 자체 상한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당분간은 높은 인플레에 대한 걱정은 덜 해도 되지만 꾸준히 챙길 필요가 있겠습니다. 앞서 설명 드렸지만 높은 인플레는 금리인상을 불러올 수 있으니까요.
/뉴욕=김영필특파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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