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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D-1] 美대선 불안…금융시장 퍼펙트스톰 오나

사전투표 700만표 이상 도착 안해

트럼프 “대선일 승자 결정 안될 것”

20년 전 부시-고어 대선 닮은꼴

글로벌 금융시장 폭락 재연 우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에서 유세 연설을 마친 뒤 지지자들을 향해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마지막 주말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경합주의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에서만 4곳을 누비며 막판 총력 유세를 벌였다./AP연합뉴스




미국 대선이 막판으로 치닫는 가운데 사전투표 급증에 따른 개표 지연과 그에 따른 혼란 가능성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선 승자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져 전 세계 시장이 요동칠 수 있다는 분석이 우세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10만명을 넘어서자 더블딥(일시 회복 후 재침체)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대선 불확실성에 코로나19 재확산 파장까지 겹쳐 지난 2000년 대선 혼란 이후 미 증시의 급락 사태를 넘어서는 퍼펙트스톰이 오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10월3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일(11월3일) 승자가 결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몇 주 동안 기다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매우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10월31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플린트에서 열린 드라이브인 유세에 함께 나서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마지막 주말인 이날 바이든 후보는 미시간주 2곳에서 유세하면서 처음으로 오바마 전 대통령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로이터연합뉴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기라고 주장하는 우편투표 때문이다. 이날 현재 사전투표 인구는 9,122만여명인데 이 중 우편투표가 5,808만명에 달한다. 경합주의 경우 몇만표로 승부가 갈리는데 현재 우편투표 가운데 최소 700만표 이상이 선거당국에 도착하지 않았다. 최대 경합주인 플로리다의 경우 대선 당일인 3일까지 도착한 우편투표만 인정하는 등 50개주 가운데 27개주가 대선 당일까지 도착한 기표용지를 유효표로 보기 때문에 선거가 3일 남은 시기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표가 무효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대선이 임박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대선에 코로나19 재확산이 겹치면서 지난주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5~6% 하락했다. 변동성지수(VIX)도 38까지 상승했다. 월가에서는 2000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 후보가 맞붙었을 당시 표 차이가 적은 플로리다에서의 재검표 사례를 들기도 한다. 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명령으로 고어 후보가 패배를 인정하기까지 6주 동안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이 12%가량 폭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월31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리딩 지역 공항에서 재선 유세를 하고 있다. 미국 대선을 사흘 앞둔 마지막 주말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경합주의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에서만 4곳을 누비며 막판 총력 유세를 벌였다./AP연합뉴스


이날 미국 언론을 종합하면 미 금융권은 정치적 불확실성이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퍼펙트 스톰’도 가능하다고 보고 대비에 들어갔다. 최고 권력의 향방이 오리무중이 되고 곳곳에서 소요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불확실성을 가장 두려워하는 금융시장이 과거 미 대선에선 찾아볼 수 없는 대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오는 3일 대선 당일 개표 결과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오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선언을 하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좋지 않은 것은 개표 당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기지만 우편투표 개표가 진행되면서 바이든으로 승자가 바뀌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불복하는 것이다. 이럴 경우 미국 정치권은 유례없는 혼돈 상황에 빠지고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 2000년 조지 W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었을 때도 비슷한 혼란이 벌어졌다. 선거 다음날인 11월8일 오전2시30분께 미국의 모든 방송사가 부시의 당선을 선언하자 고어는 부시에게 축하 전화를 걸어 승복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플로리다에서의 격차가 0.05% 이내로 줄어들면서 고어 측은 오전4시 승복을 철회했다. 이후 플로리다 재검표 논란이 벌어지면서 전국이 한 달 넘는 혼란에 빠지게 된다. 대선 결과가 불투명해지면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나스닥 등 주요 주가지수는 곧바로 크게 흔들렸다.





월가에서는 이번 대선도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당장 코로나19 재확산세가 가파른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이번주 시장도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나 볼린 베르나두치 볼린웰스매니지먼트 대표는 “3월에 있었던 코로나19 때보다 최근 대선과 관련한 더 많은 문의가 온다”며 “며칠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에서는 승자가 결정되지 않은 채 정치적 혼란이 오랫동안 지속될 가능성을 큰 부담으로 느끼고 있다. UBS가 최근 투자자 1,000명과 기업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36%가 대선을 앞두고 현금 비중을 확대했고 27%는 안전자산 비중을 높였다. 대선 결과가 불확실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셈이다.

이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비롯해 주요 경제정책이 올스톱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린제이 벨 앨리인베스트먼트 수석 투자전략가는 “이번 선거는 시장에 단기적·장기적으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투자자들이 선거 결과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거결과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10월 일자리 보고서 발표 등에 매우 불안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점쳤다. 다만 이번 미국 대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일찌감치 불복의 복선을 깔아놓았다는 점에서 2000년과는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대선 불복과 정치적 혼란에 대한 예상이 이미 시장에 어느 정도 반영돼 2000년과 같은 극심한 혼란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미 대선의 혼란은 한국 금융시장도 크게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해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2000년 미 대선 이후 약 한 달간 이어진 널뛰기 장세다.

2000년 11월10일 565.18포인트를 기록했던 코스피지수는 13일 4.64%가 빠졌고 14일에는 다시 2.61% 뛰어 올랐다. 이후 11월 23일까지 계속 하락해 514.31포인트까지 떨어졌으나 24일과 27일 2거래일간 약 8%에 달하는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11월28~30일 3거래일 연속 약 8%나 지수가 빠졌고 12월4일부터 11일까지는 11%를 넘어선 오름세를 나타냈다. 12월12일 미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오면서 잠잠해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지만 코스피는 12월22일까지 10% 넘게 미끄러졌다.

국내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물론 당시 정보기술(IT) 버블 논란 등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대선에서도 2000년과 유사한 혼란이 벌어질 경우 극도의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김영필특파원·맹준호·이완기기자 susop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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