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끝나지 않는 노량진수산시장 갈등…그들은 왜 천막에 남았나

작년 8월 舊 시장 내 점포 철거된 이후에도

상인 80여명, 노량진역 앞서 천막 농성 중

“현대화사업 평가·구 시장부지 영업” 요구

수협 “할 만큼 했다” 관계기관 부정적 입장

갈등 장기화 조짐 속 상인과 물리적 충돌까지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이 노량진역 2번 출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김태영기자




지난해 8월 구(舊) 노량진수산시장 부지 내 점포가 철거된 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80여명의 구 시장상인들은 노량진역 앞 천막을 떠나지 않은 채 ‘현대화 사업 재평가’와 ‘구 시장부지 내 영업’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대해 시장 운영사인 수협은 물론 서울시와 해양수산부 등 관계기관 모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구 시장상인들과의 갈등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노량진수산시장 운영사인 수협노량진수산(이하 수협)에 따르면 현재 신(新)시장에서 영업 중인 소매점포는 582곳에 달한다. 지난 2016년 3월 신시장이 처음 문을 열 당시만 해도 650여개 구시장 점포 중 신시장에 입주한 곳은 절반에 불과했다. 당시 상인들은 “신시장은 자리가 좁은 데 반해 임대료가 너무 비싸다”며 구시장 내 영업을 고집해왔다. 하지만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열 차례에 걸친 수협의 명도집행과정에서 대다수 상인은 신시장 입주를 택했다. 2018년 8월 ‘상인들의 구시장 영업은 무단점유’라는 대법원의 판결이 큰 영향을 끼쳤다.

새롭게 단장한 노량진수산시장 내 상가건물에서 고객들이 장을 보고 있다./김태영기자


하지만 상인 80여명은 ‘일단 입주한 뒤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수협의 제안을 믿을 수 없다며 끝내 신시장 입주를 포기했다. 지난해 9월부터는 노량진역 2번 출구 앞에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구시장 상인들과 여러 진보단체가 함께 구성한 ‘구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의 요구는 크게 두 가지다. 구시장 부지 내 일부 공간에서 작게라도 영업을 하게 해달라는 것과 노량진시장 개설자인 서울시가 시장 현대화사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정책평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책위 측은 국고 1,500억여원을 들인 시장 현대화사업이 당초 취지와 달리 수협의 배만 불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4월 국회에서 열린 공청회에서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현대화사업 이후 노량진수산시장에서 거래되는 수산물의 양은 꾸준히 줄어들고 임대료는 급증한 반면 수협에는 매년 130억원을 지급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로 현대화사업이 시작된 2012년 10만톤이던 수산물 입하량은 2019년 5만8,534톤으로 반 토막이 난 반면 시장 임대보증금은 2015년 182억원에서 2018년 250억원으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8월 옛 노량진수산시장에서 10차 명도집행이 진행되자 집행요원과 상인들이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연합뉴스




이에 대해 수협과 서울시 등 관계기관들은 대책위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수협 관계자는 “구시장 상인들에게 수차례 입주기회를 드리고 지원책도 제시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우리로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밝혔다. 이어 “구시장 상인과의 갈등으로 손해를 입은 건 수협”이라며 “갈등이 심했던 2015~2018년 적자를 내다가 지난해 흑자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또 “임대료가 점포당 2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올랐지만 서울에서 이 정도 상권에 이렇게 저렴한 곳은 노량진밖에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역시 “노량진시장은 건물 소유주가 수협중앙회라 사실상 민간 도매시장처럼 운영되는 구조”라면서 “서울시는 시장 현대화사업에 대한 평가주체가 아니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원회가 지난해 12월 서울시청 앞에서 노량진역 앞 농성장 행정대집행에 대해 서울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당사자들 간 입장이 팽팽한 평행선을 달리면서 최근에는 수협과 시장상인의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천막농성장 인근에서 현대화사업 공사를 하던 수협 직원들이 상인들에게 소화기를 분사하자 상인들이 이를 다시 빼앗는 과정에서 몸싸움이 일어나 상인 10여명과 수협 직원 3명이 부상을 입었다. 수협 관계자는 “농성장과 이어지는 계단공사를 완료해야 현대화사업 준공허가를 받을 수 있는데 상인들이 공사를 방해했다”며 “계단 앞에 가림막을 설치했고 공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구시장 상인들과 한솥밥을 먹었던 신시장 상인들로서는 좀처럼 해결될 기미 없이 공회전 중인 현대화사업 관련 갈등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 않다. 신시장 입주 전까지 수협과의 투쟁에 나섰다는 상인 김모씨는 “신시장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건물까지 다 지어진 마당에 마냥 입주를 거부한 채 싸우는 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며 “신시장 내에서 함께 목소리를 높였더라면 어떠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고 전했다. 2018년 말 신시장에 입주한 임모씨는 “여러 차례 협상에도 입주를 거부한 것은 그들의 선택”이라면서도 “과거 함께했던 동료로서 해줄 게 없어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태영기자 youngkim@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