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지휘권 행사 및 감찰을 비판한 평검사를 저격하는 듯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페이스북 글을 두고 평검사들이 비판이 이어지는 것과 관련, 검찰을 자성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가 동료들의 비판을 받고 있는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부장검사·연수원 30기)이 “속이 상한 일부 동료들의 화풀이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임 부장검사가 지난달 30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는 임 부장검사의 이중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취지의 댓글들이 새롭게 올라왔다.
특히 감찰직을 맡고 있는 임 부장검사가 진혜원 동부지검 부부장검사에 대한 감찰에 나서지 않는 것에 대해 “직무유기 고발을 고려하겠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 검사는 “검사의 중립 의무를 저버린 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지극히 정치 편향적인 글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진혜원 부부장에 대해 감찰 전문가인 임 부장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은 임 부장이 그렇게도 자성을 요구해왔던 제 식구 감싸기의 한 모습”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검사도 진 검사를 언급하면서 “표현의 자유나 정치적 견해 다툼으로 포장하기에는 선을 넘어도 한참 선을 넘었다”고 지적한 뒤 “제대로 조치를 취해 주지 않으면 감찰 담당자에 대한 직무유기 고발도 고려해 볼 것”이라고 임 부장검사를 겨냥했다.
이같은 검사들의 비판에 임 부장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아마도 제가 직무유기하고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고 상황를 짚고 “현재 제 업무는 ‘감찰정책연구 및 감찰부장이 지시하는 조사’에 한정되고, 중앙지검 검사직무대리 발령이 나지 않고 있어 수사권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임 부장검사는 “상황이 상황인지라 속이 상한 일부 동료들의 화풀이로 이해하고 있다”고도 적었다.
앞서 임 부장검사는 지난달 30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검찰 애사(哀史)’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형 확정과 김학의 전 법무부 장관 사건, 고(故) 김홍영 검사 사망 사건 등을 언급하며 “검찰의 업보가 너무 많아 비판을 받고 있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마땅히 있어야 할 자성의 목소리가 없는데 우리 잘못을 질타하는 외부에 대한 성난 목소리만 있어서야 어찌 바른 검사의 자세라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성난 동료들이 많아 욕먹을 글인 걸 알지만 종래 우리가 덮었던 사건들에 대한 단죄가 뒤늦게나마 속속 이뤄지고 있는 이때 자성의 목소리 하나쯤은 검사 게시판에 남겨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짧게 쓴다”고 적었다.
이후 임 부장검사의 해당 글에는 일선 검사들의 비판 댓글이 줄줄이 이어졌다. ‘나도 커밍아웃하겠다’며 동조 댓글이 쏟아진 최재만 춘천지검 검사의 글과는 상반된 반응이다. 최 검사는 전날 “현재와 같이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리는 상황은 사법역사에 나쁜 선례를 남긴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므로 커밍아웃하겠다”며 추 장관의 행보를 겨냥하는 글을 올린 바 있다.
후배 검사인 A검사는 임 부장검사의 글에 “죄송하지만 제게는 물타기로 들린다”며 “더 죄송스러운 말씀을 드리자면 이제 부장님을 정치검사로 칭하는 후배들이 있다는 것도 기억해주셨으면 한다”고 댓글을 적었다.
또 다른 후배 검사인 B검사는 “후배 입장에서 보기에 정작 자성은 없고 남만 비판하고 있는 건 부장님 자신인 듯하다”고 했고, C검사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단 점에 동감한다”면서도 “다만 임은정 연구관 혼자만 자성하고 나머지는 자성하지 않는다는 듯한 주장엔 동의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D검사는 “현재 진행되는 것은 이론의 여지없이 무조건 검찰개혁이고, 이에 반대하면 무조건 검찰개혁에 대한 저항이냐”며 “그 방향의 무오류와 의도의 순수성에 대해 어떠한 의심도 허용되지 않느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E검사는 “검사들이 위 사건들이 아무 문제없이 처리됐는데 왜 그러냐고 성내는 게 아니지 않느냐”면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검찰개혁일 것인데 많은 검사들이 현재는 그 반대로 가고 있을 뿐 아니라 제도화되고 있다고 느껴 이토록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한 수사관도 임 부장검사의 글에 댓글을 남겼다. 그는 “요리사는 칼의 위험성을 알아 함부로 칼을 들지 않는다. 감찰업무가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임 부장검사를 향해 “칼날만 아는 어린아이가 색안경을 낀 격이 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적었다. /김경훈기자 styxx@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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