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가 합헌 판결을 받으면서 각 지방자치단체가 재건축부담금 징수에 나섰지만 실적은 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단지는 재건축부담금 징수액이 ‘0원’인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앞으로 재건축부담금이 부과될 다른 단지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현재 통보한 재건축부담금은 무려 2,500억원에 이른다. 한 전문가는 “각 단지들이 준공된 지 벌써 10여년이 지나 부담금 징수를 마무리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징수 과정에서 구청과 주민, 주민과 주민 간에 잡음도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일 지자체에 따르면 강남구와 용산구는 각각 두산연립과 한남연립에 대해 지난달부터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징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용산구는 한남연립에 부과된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16억6,378만원 가운데 약 30%에 달하는 5억원 정도를 환수했다. 용산구는 그나마 일부 징수에 성공했지만 강남구는 두산연립에 부과된 초과이익 부담금 4억원 중 아직 한 푼도 환수하지 못했다. 강남구 측은 “환수 금액 통지는 했으나 아직 징수 초기라 환수율이 낮다”고 전했다.
징수 속도가 더딘 것은 수년간 소송이 진행되면서 초과이익 환수 대상인 조합원들이 뿔뿔이 흩어졌기 때문이다. 한남연립의 경우 조합원 31명 중 약 절반 가까이는 거주지를 옮기거나 매각하면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됐다. 실제로 조합원 중 지금도 해당 건물에 실거주하는 사람은 단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법원 판례에 따라 조합에 발생한 부담금은 총회를 거쳐 조합원에게 배분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도 어렵다. 내년부터 재초환 징수가 시작되는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 방배신성빌라, 은평구 구산연희빌라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가 지금까지 재초환 부담금을 통지한 조합은 총 62곳, 2,533억원에 이른다.
재건축부담금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재건축 사업으로 정상주택 가격 상승분을 넘어서는 이익이 생길 경우 국가가 조합원들에게 환수하는 돈이다. 이 제도는 지난 2018년 1월1일부터 부활했다. 한남연립과 두산연립 두 단지는 정부가 지난 6·17 부동산대책을 통해 재건축부담금을 본격적으로 징수하겠다며 첫 타자로 지목한 곳이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남연립은 2011년 ‘한남파라곤’으로, 강남구 청담동 두산연립은 2007년 ‘청담e편한세상 3차’로 재건축됐다. 이들은 부담금을 낼 수 없다며 각 구청과 소송을 벌여왔지만 헌법재판소가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를 합헌이라고 판단하면서 부담금을 납부하게 됐다./박윤선기자 sepy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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