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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입법화...노조에 기운 경사노위

경영현장 혼란·비효율 우려 불구

공공기관 시작으로 금융기관 확대

직무급제 도입은 자율추진 합의

"같은 文 공약인데...勞 눈치" 비판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경영 현장에 혼란과 비효율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입법화를 국회에 건의하기로 합의했다. 반면 노동계의 반발을 의식해 직무급제 도입은 자율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두 정책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지만 경사노위의 정책 건의 방향은 노동계로 기울어졌다.

24일 경사노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의 ‘공공기관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따르면 경사노위는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위해 국회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안’ 개정 논의를 조속히 실시할 것을 건의하기로 했다.

노동이사제는 이사회에 노동자 대표가 상임이사 또는 비상임이사 자격으로 참석하도록 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경영 참여를 보장하는 제도다. 기업 투명성을 높인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노동조합의 과도한 경영 간섭이 우려된다.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 본연의 공익성과 노조가 추구하는 이익집단적 성격이 충돌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정부가 추진해왔던 공공기관 개혁도 좌초할 가능성이 높다.

현재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 박주민 의원, 김주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경사노위 건의를 명분으로 내세워 법안을 처리한 뒤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금융회사와 민간기업까지 노동이사제를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기재부도 국정과제인 만큼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노동이사의 자격에 대해서는 박주민 의원 안의 ‘상임이사’ 보다는 김경협 의원 안의 ‘비상임이사’가 적합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앞서 서울경제가 입수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법안 검토 보고서에는 노동이사가 상임으로 직접 경영에 참여하는 해외 사례가 거의 없을 뿐 아니라 상장 공기업의 경우 일반 주주들의 권한을 침해할 수 있는 등 문제점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옥상옥이 되지 않도록, 노조에 과도한 권한이 발생하지 않도록 같이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사노위는 이날 노동이사제 도입 전이라도 공공기관 노사가 자율 합의에 따라 노조 대표의 이사회 참관과 함께 의장 허가 시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하고 노조가 추천한 인사의 비상임이사 선임을 가능하게 할 것을 노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정부에 코드를 맞출 수밖에 없는 공공기관들이 노동이사제의 전 단계인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이미 도입해 지난 2018년 9곳에서 현재 70여곳으로 늘어났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8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번 손들고 해보고 싶다. 성공사례가 되든 실패사례가 되는 한번 그 길을 가보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속도를 내는 것과 달리 임금체계 개편을 위한 직무급제 도입은 노동계의 반발로 인해 원칙론적인 합의에 그쳤다. 합의문에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해 ‘객관적 직무가치가 임금에 반영되는 임금체계(직무급제) 개편을 위해 노력한다’고만 담겼다. 직무급제는 근속 기간이 아닌 직무의 난이도, 가치, 업무 수행 능력 등이 기준이 되며 호봉제 중심인 국내 임금체계의 대안으로 꼽힌다.

경사노위는 직무급제를 획일적·일방적 방식이 아닌 기관별 특성을 반영하고 개별 공공기관 노사합의를 통해 자율적·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는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왔던 방향과 거의 유사하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2020년 경제정책방향’에서도 직무평가 등을 통한 연공급제 완화, 생산성 향상과 임금 연계 등 직무·능력중심 임금체계로의 개편을 위한 점진적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 결과 340개 공공기관 중 직무급을 도입한 곳은 올 상반기 기준 석유관리원·새만금개발공사·한국재정정보원·산림복지진흥원·국가생명윤리정책원 등 1.4%인 5곳에 불과하다.

기획재정부는 9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직무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을 공공기관의 경영 성과 평가 항목에 반영했기 때문에 새로 적용하는 기관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도입을 하지 않았을 때 페널티를 주는 것이 아니라 도입을 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정도여서 여전히 더딜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노동계의 눈치를 보며 ‘합의를 위한 합의’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정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현 정부 임기가 1년밖에 안 남았으니 국정과제 성과 내기에 집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노조 등에서는 “노동계 요구를 배제한 직무중심 임금체계 개편 합의를 인정할 수 없다. 직무중심의 임금체계 개편을 일방 강행하면 공동·연대투쟁에 나설 것”이라는 성명서를 내며 압박했다.

한편 경사노위는 임금피크제 역시 ‘제도 개선 방안 마련 노력’에 합의하고 임금피크제 대상 인력을 활용한 중소·벤처기업 지원 활동 등을 노력하기로 했다.
/방진혁기자·세종=황정원기자 gard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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