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국내 기업들의 신용등급 하향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세계적으로 재확산 국면에 접어들면서 수출 규모가 큰 국내 기업들에게 타격이 클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한국신용평가와 무디스는 25일 온라인 미디어브리핑을 열고 국내 기업들에 대한 신용등급 변동 추이와 내년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 9월 기준 한신평이 평가한 신용등급 조정 비율은 0.4배로 지난해 0.5배 대비 소폭 낮아졌다. 비율이 낮을수록 하향 조정이 많았다는 의미다. 특히 신용등급이 ‘부정적’이라는 전망을 단 곳은 총 48곳으로 최근 10년 새 최고치를 기록했다. 권기혁 한신평 연구원은 “특히 코로나19 영향이 컸던 항공, 호텔, 정유, 자동차부품사를 중심으로 신용등급과 전망이 하향 조정됐다”며 “이같은 추세를 볼 때 내년에도 신용등급 하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업종별로는 항공과 상영관, 호텔·면세, 정유, 유통, 자동차부품, 철강업종이 부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반도체나 인터넷플랫폼 업종은 양호한 실적과 안정적인 재무지표로 전망이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영업 안정성과 회복력, 재무적 대응능력 등이 중요하다고 봤다. 올해 기업들이 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면서 3·4분기까지 회사채 발행액은 약 32조원으로 만기도래액(약 23조원)을 크게 넘어선 상황이다. 기업대출도 크게 늘어 지난해 45조원 안팎이었던 것과 달리 올해 3·4분기 벌써 90조원을 돌파했다. 권기혁 연구원은 “정책적 유동성 지원이 없었다면 일부 기업들의 경우 급격한 신용도 조정이 불가피했을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신용도 방어에 긍정적이지만 중장기적으로 봤을때 사업경쟁력과 수익구조를 유지할 수 있는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출 규모가 큰 사업구조를 감안할 때 국내 경기 뿐 아니라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중요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유완희 무디스 선임연구원은 “코로나19 여파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재확산 국면에 접어들면서 국내 기업들의 이익 회복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라며 “올해보단 나을 것이지만 작년만큼의 실적 회복은 어렵다”고 분석했다.
신용도가 낮은 기업들에 대해서도 향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유완희 연구원은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부여한 기업들은 대부분 투자등급으로 차환에 어려움이 없을 것이지만 일부 투기등급의 경우 조달시장의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무디스 기준 국제신용도가 투기등급인 한국 기업은 KCC(002380), 한진(002320)인터내셔널, 이마트(139480) 등이다.
/김민경기자 mk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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