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여야가 11년 만에 내년도 예산안을 기존 정부안보다 증액한 것을 두고 반성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심지어 “제1 야당이 국가 채무 증가를 용인한 꼴”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5선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중진 의원 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한 총예산 규모는 558조 원으로 당초 정부가 제출한 예산(556조 원)보다 많고 2020년 예산보다도 44조 원이 더 늘어난 액수”라며 “순증된 2조 2,000억 원은 국채 발행으로 채우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2조 2,000억 원이 상대적으로 적어 보일 수 있지만 문재인 정권의 실패한 부동산 대책으로 인한 가계 부담과 종부세·소득세 등의 부담으로 고통받는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는 결과가 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의 부채 주도 성장을 위한 예산이고, 미래 착취 예산”이라며 “우리가 국가 채무 증가를 용인한 꼴”이라고 말했다.
서 의원은 예산 합의에 대한 비판 이후 지도부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서 의원은 지도부를 향해 “‘어쩔 수 없다’ ‘이 정도면 됐다’는 식의 모습은 국민에게 매너리즘에 빠진 정당으로 비칠 수 있다”며 “이런 식이면 내년 재보궐선거는 물론 내후년 대선에도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4선의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도 “정부가 지금 세금 폭탄을 무차별하게 쏟아내고 있는데 여기에 국민의힘도 동조하는 정당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여론이 걱정된다”며 “(예산을) 통째로 통과시켜준 입장에서 각론을 갖고 따지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거들었다.
이에 지도부는 감염병 예방이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회의에서 “우리 당이 선제적으로 제기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과 백신 예산 3조 5,000억 원이 반영됐다”며 “코로나19 피해 계층의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은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그는 회의 후 기자들에게 “일반적으로 보면 야당에서 (예산안 증액에) 찬성한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을지 모르지만 이번에는 코로나19 사태라는 특수한 상황이기에 예산이 2조 원 정도 증액됐다는 것 자체로 크게 문제 될 게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주호영 원내 대표는 “국가 재정 건전성에 대해 의원들이 같이 고민했던 분야”라며 “우리도 문제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린기자 ri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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