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주택 공급 확대를 다시 한 번 강조하면서 정부가 설 이전에 내놓을 세부 방안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보면 파격적인 용적률 상향 외에 민간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규제 완화 등 다양한 카드가 나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역세권 반경을 넓히고 용적률을 최대 ‘700%+α’로 상향하는 것도 그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문 대통령이 공급 확대에 방점을 찍은 것은 긍정적이지만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하는 분위기다. 재개발·재건축 등 민간 정비 사업 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데다 정부안대로 실현되더라도 실제 주택 공급까지는 최소 2~3년가량이 소요될 수밖에 없어서다. 자칫 아파트에 이어 빌라 가격도 들쑤셔놓을 수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공급 확대를 강조했지만 정책 기조가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며 “(공급 확대가) 너무 때늦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역세권 준주거지역, 용적률 700% 올린다=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밝힌 대로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을 설 연휴 이전에 내놓을 방침이다. 현재 역세권 고밀 개발, 준공업지역과 저층 주거지 개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역세권 고밀 개발의 경우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최대 700%까지 상향하는 국토계획법 시행령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 주변의 평균 용적률은 160%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추가 용적률 상향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역세권 범위도 현행 250m에서 500m까지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역세권 범위를 500m까지 넓히면 사실상 서울 대부분이 적용 대상이 된다. 서울 지하철 1~8호선의 역 간 평균 거리는 800~1,200m 가량이다.
저층 주거지 개발의 일환으로 미니 공공 재건축 등 소규모 정비 방안도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 발의됐는데 노후 빌라 밀집지역을 재건축하면 공공 임대 비율을 20% 수준까지 낮춰주기로 했다. 준공업지역에서는 공공 기관이 주도하는 순환 개발이 추진된다. 국토부는 준공업지역 개발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서울시의 협조를 얻어 사업 부지 확보 비율을 50%에서 40%로 낮췄으며 주택 공급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 용적률을 상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도시 재생 사업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정주 여건을 개선하는 기존 도시 재생에 주택 공급 기능을 한층 보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외에 정부는 기존에 제시했던 공공 재개발·재건축의 인센티브를 더욱 확충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공급 확대를 위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방식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민간 재건축 등 규제 완화 없어 한계 분명할 듯=문제는 이 같은 방안이 시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지다. 이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서울 주택 공급의 핵심 역할을 하는 민간 정비 사업 규제 완화는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역시 기존 정책 기조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민간 자본의 참여 여부도 장담하기 어렵다. 정부가 이미 내놓은 각종 공급 대책에 대해 민간에서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이런 가운데 인센티브를 추가 부여한다고 해도 민간 자본이 주택 개발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그리 커 보이지 않는다.
아울러 정부의 안대로 주택 공급이 이뤄진다고 가정해도 실제 준공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주택이 준공되려면 지금 착공한다 해도 빨라야 1년 이상, 그 이상이 걸린다”며 “자칫 잘못하다가는 오히려 개발 붐만 조성해 땅값과 빌라 값만 더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부가 공공 재개발을 추진하자 서울 빌라 가격이 껑충 뛰고 있다. 서진형 경인여대 경영학과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대통령이 공급을 언급했지만 시장에서 원하는 곳에 우수한 질의 주택 공급이 이뤄질지는 의문”이라며 “현 정부의 정책 기조가 변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회의적”이라고 밝혔다. /강동효·진동영기자 kdhy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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