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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사귄 남친은 애 아빠”…진실 폭로에도 명예훼손 못 피했다[범죄의 재구성]

남친 유부남 사실 알게 돼 인터넷에 폭로

사실 적시했지만 명예훼손 유죄 판단

진실성보다 중요한 건 피해 발생 여부


※본 기사는 1심 재판 과정을 통해 재구성된 내용으로, 대법원 판결을 통해 확정된 사실이 아님을 밝힙니다.

/이미지투데이




명예훼손 재판에서 일반인들이 흔히 오해하는 점은 사실을 그대로 표현하더라도 유죄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명예훼손 유무죄 판단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 여부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전파돼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 됐는지 여부이기 때문이다.

A씨는 2018년 결혼을 전제로 5년 동안 만나온 애인 B씨가 기혼자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B씨가 자신의 아이를 ‘여동생의 자녀’라고 말하는 등 치밀하게 자신을 속여 왔다는 점까지 알게 돼 A씨는 보복을 계획하게 된다. 그는 B씨가 가입한 산악회 모임의 인터넷 카페에 접속해 그동안의 일을 폭로하는 게시글을 올렸다. 오랜 기간 연애를 하면서 B씨의 거짓말에 속아온 A씨의 입장을 생각했을 때 이와 같은 행위는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법원의 결정은 A씨의 행위가 명예훼손 상 유죄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A씨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 됐다는데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처분을 받았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가 그 기간이 지나면 면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유죄 판단이 나온 것으로 A씨가 올린 글의 진실 여부와 상관 없이 해당 게시물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전파돼 B씨의 명예가 훼손 됐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A씨가 위 글을 게시함으로써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다만 A씨와 B씨의 관계 등을 참작해 형법에 따라 선고를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사실 적시 명예훼손이 무죄 판단을 받는 경우도 있다. 법률 상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A씨의 경우처럼 대부분의 명예훼손 사건은 치정 사건이나 개인들 간 다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해당 조항이 효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드물다.

최근 대법원은 헤어진 연인이 ‘술집에 다니는 여자’라며 연인의 지인들에게 허위 사실을 전파해 기소된 사람에 대한 재판에서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무죄 판단도 내렸다. 사건에 연루된 지인들이 가해자가 전파한 거짓 사실임을 인식해 실제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명예훼손에서 중요한 것은 전파된 사실의 진실성이 아니라 실제 피해가 발생했느냐 여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보여준 결정인 것이다.

/이경운 기자 clou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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