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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 금융경제·금융일반
"스탠퍼드·칭화대처럼 학·산·병·연 융합연구···사업화 메카 돼야"

['포스트 코로나 전략' 공대 출신 총장에게 듣는다]

프린스턴대, 릴리와 20년 공동연구해 신약 허가로 잭팟

R&D설계부터 상용화에 최우선…교수·학생 창업 독려

외국기업과 협력 늘리고 외부 인재 영입 활성화도 필요





정진택 고려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이용훈 UNIST 총장 등 공대 출신 주요 대학 총장들은 서울경제가 지난 9일 강남구 한국공학한림원에서 실시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정부 연구개발(R&D)에서 상용화 비율은 2%가 채 되지 않는다”며 “미국 스탠퍼드대와 중국 칭화대처럼 기업이나 병원과 융합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대학이 상아탑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기술 사업화의 ‘메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4개 대학 총장들이 2시간여에 걸쳐 벌인 열띤 토론 내용을 지면으로 소개한다.

-대학이 기술이전과 창업 등 기술 사업화를 통해 국가 성장 동력 확보에 이바지해야 하는데 상당히 미흡하다.

△김우승 총장=듀크대 등 미국 대학 4곳에 e메일을 보내 알아보니 신약 등 몇 개의 초대형 메디컬 기술이전 수입이 전체 기술이전료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기술력 좋은 교수를 많이 뽑으라는 조언도 들었다. 프린스턴대 한 곳의 지난 2015년 기술이전료 수입이 1,600억 원(한국 대학은 총 744억 원)인데 99%가 4개의 생명과학 특허에서 나왔다. 의료는 물론 농업·공대 교수가 만든 헬스케어까지 포함된다. 현재 의대와 공대를 의도적으로 매칭하고 있어 희망이 있다.

△신동렬 총장=성균바이오융합과학기술원·융합의과학원·지능정보융합원이 있다. 삼성병원 의료 데이터를 활용해 의약·바이오·AI·데이터·인문학까지 융합 연구팀을 2년간 20개 구성했다. 기술 사업화를 대학의 주류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삼성병원·유한양행과 함께 지난해 기초 과학, 중개 연구, 임상 사업화를 한 번에 진행하는 첫 개방형 혁신에 돌입했다. 환자 맞춤형 정밀 의학 구현에 대한 기대가 크다. 국내 대학의 특허와 기술이전이 양적으로는 증가했지만 기술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떨어져 아직 갈길이 멀다. 우리 목표는 ‘기업가적 대학’이 되는 것이다.

△정진택 총장=보건복지부의 10개 연구 중심 병원 중 고대 구로병원과 고대 안산병원이 있는데 사업화에 관심이 많다. 고대의료원기술지주회사도 있다. 많은 교수님이 창업에 도전하고 기술이전에 나서 잭팟을 터뜨려야 한다. 2015년부터 바이오메디컬 기술 사업화를 위한 ‘KU-매직’을 추진하고 융합연구원도 만들었다. 기술이전 수입이 2014년 24억 원대에서 2019년 54억 원대로 늘었다. 기술 기반 창업도 2019년까지 7건에 불과하다가 지난해 19건으로 증가했다. 앞으로 성과가 많이 나올 것이다.

△이용훈 총장=의대는 없지만 정보바이오융합대학을 만들어 공동 연구를 진행한다. 올해 스마트헬스케어센터를 시작하는데 산업재해와 재활에 역점을 둬 가장 앞서가는 게 꿈이다. 오는 2025년 울산에 문을 여는 산재공공병원과 연계해 준비하고 있다. 최근 게놈자유특구 출범식도 있었는데 수도권 기업이 여러 곳 동참했다.

-AI와 바이오생명과학 시대다. 이공계와 의대 등의 융합 연구가 정말 중요하다.

△신 총장=재작년 칭화대·스탠퍼드대를 방문해 많은 점을 느꼈다. 바이오에 AI를 융합하는 도전을 하고 있다. 융합 연구와 사업화의 메카가 되려고 한다.

△정 총장=이스라엘은 상용화를 염두에 두고 R&D를 진행하고 미국은 상용화 비율이 우리나라의 2배를 넘는다. 우리나라 대학의 R&D 상용화 비율은 2%가 채 되지 않는다. R&D 설계부터 상용화를 최우선하는 융복합 연구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

△김 총장=의대 교수님들이 융합 연구의 필요를 느끼면서 타 분야와의 융합 연구가 활성화하고 있다. 메디슨바이오엔지니어링(MEB)센터를 설립해 바이오사들에 멤버십 비용을 받고 공동 R&D를 하고 있다. 산학 협력 문화가 있어 뿌리다 보면 과실이 나올 것이다.

△이 총장=AI대학원과 AI혁신파크를 운영하며 디지털 헬스케어 등 다양한 산업과의 결합을 추진한다. 지난해 지자체와의 협력으로 강소연구개발특구사업에도 지정돼 2차전지 등 산학연 밸리를 추진하고 있다.

-미국 대학에 비춰 우리 대학의 기술 사업화 현실과 애로점을 비교한다면.

△김 총장=미국의 기술이전 상위 1~79위 대학 중 의대·약대가 없는 곳은 MIT 등 13곳뿐이다. 프린스턴대는 화학과 교수가 제약사인 릴리와 20년간 R&D해 1984년 신약 허가로 떼돈을 벌며 교내에 빌딩까지 지었다. 국내에서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기술이전료가 100억 원을 넘는 등 주요 대학들의 기술이전료가 늘고 있다. 희망적으로 본다.

△이 총장=제3자에 넘길 수 없는 특허가 학교에 꽤 있다. 산학 협력으로 개발한 기술은 기업과 대학이 특허를 공동소유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학교에 권리가 전혀 없다. 기업이 실시권과 협상권을 가져가고 학교가 창업하거나 제3자에게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으면 좋겠다. 지금 같은 방식이라면 기술이전 통계에 기업 R&D 과제비 자체가 들어가야 한다.

정진택(오른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으로) 고려대 총장, 김우승 한양대 총장, 신동렬 성균관대 총장, 이용훈 UNIST 총장이 지난 9일 고광본(오른쪽 위) 서울경제 선임기자의 사회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 혁신 전략 수립을 위해 '대학의 기술 사업화, 국가 성장 동력의 핵심'을 주제로 마련한 온라인 토론회에서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사진 제공=공학한림원


"대학 R&D 상용화 비율 2%도 안돼…'네거티브 규제' 전환 시급"

대학-사회 유리된 한국…신기술 있어도 M&A까지 연결 힘들어

산학협력으로 개발한 기술, 대학에 창업·기술이전 여지 남겨야

지방대 살리기 '규제 샌드박스' 수도권 혁신 대학에도 적용을

△정 총장=우리나라 대학은 기술 사업화의 역사가 짧다. 그동안 관심 있는 교수님들이 많지 않았다. 창업에 대한 교수님들의 시선도 좋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아예 기술 사업화를 목적으로 연구하는 교수님들도 생겨나고 있어 머지않아 성과가 날 것이다.

△신 총장=우리나라는 대학과 사회가 유리돼 있다. 연구도 추격형 위주였고 연구 결과는 논문에 집중했다. 반성해야 한다. 스탠퍼드대에서는 기업에 기술이전하거나 창업한 뒤 대기업에 매각하는 일이 흔하다. 우리는 연구원들의 수준도 그렇지만 새로운 기술이 있어도 인수합병(M&A) 문화가 부족하다. 성균관대는 기술 가치를 높이 평가해주는 해외에도 눈을 돌렸다. 연간 전체 기술료(50억 원) 중 해외가 20%인데 앞으로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미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회사인 핀터레스트를 대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벌여 1심에서 승소하기도 했다.

-미국·중국·이스라엘 등의 대학과 비교해 우리 대학의 창업 지원 노력은 어떤가.

△신 총장=창업 대학을 지향한다. 창업 교육부터 자금 조달까지 원스톱 창업 플랫폼이 완성 단계에 있다. 학교와 동문이 투자해 킹고투자파트너스를 만들어 그동안 교수와 학생에게 125억 원을 투자했다. 매년 40건 정도 교수와 학생 창업이 이뤄진다.



△이 총장=UNIST 교원들은 창업 이후 5년간 급여를 보장 받으며 창업 활동을 할 수 있다. 학생들에게도 최신 기술과 실전 창업 교육,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정 총장=창업 환경을 만들고 터를 닦는 노력을 하고 있다. 크림슨창업지원단, 메이커 스페이스(X-가라지) 등 다양하게 지원한다. 창업하는 교원은 투자금 유치에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학생 창업이 어려워 올해부터 연 5억 원 정도 지원하려고 한다.

△김 총장=한양대는 D-LAB을 통한 제품 디자인과 설계 지원, 미국 CES 등 해외 전시회 출품을 지원한다. 기업가 정신 함양, 아이디어 구상, 사업 모델 구축, 역량 강화, 실전 준비, 실행까지 체계적인 창업 교육을 한다.

-미국이나 중국 등 유수 대학은 산학연 밸리가 잘 발전돼 있다.

△김 총장=정부가 대학 부지를 도시첨단산업단지로 바꿔주려고 한다. 용적률이 400%다. 한양대 에리카 캠퍼스는 5만 6,000평을 신청해 지난해 카카오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에리카에는 300여 개의 기업이 들어와 있다. 미국 동부 리서치트라이앵글파크(RTP), 이스라엘 키리아트 와이즈만 혁신 클러스터 등 3C(캠퍼스·기업·공동체)가 잘 뭉치도록 해야 한다. RTP의 경우 60년 넘게 발전해왔는데 860만 평으로 부지도 넓고 우수 대학들과 바이오 등 많은 기업들이 모여 있다. 좋은 기술과 인재, 관용(톨레랑스) 문화가 확립됐다. 우리는 각자 따로인데 물리적 집합을 넘어 유기적 연대를 이뤄야 한다.

△신 총장=글로벌 기업이 대학에 들어와 공동 R&D를 해야 한다. 글로벌 화학 회사인 바스프의 R&D센터가 학내에 있다. 글로벌사들은 처음부터 상용화까지 차근차근 준비돼 있다. 물론 국내 기업과도 공동 연구센터를 운영한다. 유료 멤버십 회사가 누적 111개사다. 인문사회과학캠퍼스 인근 대학로에 11개 대학의 건물이 있는데 글로벌K컬처밸리·인문벤처밸리를 같이 활성화하면 좋겠다. 대학마다 소규모로 하지 말고 각 지역에 특화된 센터로 키웠으면 한다다. 수원의 성대식물원도 경기도·수원시 등과 협력해 사이언스 파크로 조성하려 한다.

△정 총장=서울시의 협조로 캠퍼스타운 사업을 운영한다. 인문대와 자연대 사이에 창업 허브를 만드는 게 가능해졌다. 국토교통부 뉴딜 사업의 일환으로 안암창업밸리를 만들 것이다. 인근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도 지자체와 대학·국가·기업이 함께 조성하고 있다. 다만 실리콘밸리처럼 수십 년간 공을 들어야 한다. 올해 산재된 산학 협력 조직을 고도화하고 우수 연구진 지원에 적극 나설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등은 3~4일간 대학에서 근무하고 나머지는 기업에서 근무하는 겸직을 통해 산학 협력이 활발하다.

△김 총장=서울대에서 미국 구글의 AI 전문가를 채용하기 위해 3월부터 겸직 규정을 완화한다. 기업에서 주당 8시간 이내로 일하는 조건으로 교수 겸직을 허용하다가 그 이상으로 확대한 것이다. 첨단 분야 기업 관계자의 교수 영입도 검토하겠다.

△정 총장=대학 내부 규정을 바꿔 지식 정보 분야에서 주당 8시간 이상 겸직이 가능하다. 교원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신 총장=2년 전 캐나다 AI 전문가를 교수로 영입해 성균관대와 캐나다에서 절반씩 일하게 한 적이 있다. 암암리에 겸직이 이뤄졌다. 대학 관련 규제를 안 되는 것만 규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야 한다. 지방대 살리기 차원의 교육부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수도권 혁신 대학에도 적용했으면 한다.

△이 총장=창업 교원이 맡은 강의에 대해 학교에 돈을 지불하면 이를 면제하는 제도를 도입하려 한다.

-지난해 말 국회에서 대학 기술지주회사의 자회사 의무 보유 지분율을 20%에서 10%로 낮춰 올해 6월부터 시행된다. 대학 지분율을 더 낮추더라도 모든 창업 교원들의 자회사 참여나 지분 기부를 의무화해야 상생 아닌가.

△김 총장=지금 20% 기준에 대해 창업자는 너무 많이 빼앗긴다고 생각하고 대학도 기업이 증자를 계속하면 따라가기 어렵다. 하지만 대학 의무 보유 지분율을 10%로 낮추면 자회사 참여가 활성화될 것이다.

△신 총장=그동안 대학이 20% 룰을 유지하지 못해 중간에 저가로 매각하는 사례가 많았다. 자회사가 데스밸리를 넘어서는 시점에는 의무 지분율을 면제해주는 규제 개혁이 필요하다. 새로운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현재 자회사와 상관 없이 창업 심사 시 지분 7%를 기부하도록 해 선순환을 꾀하고 있다.

△이 총장=교원 창업 기업에 특허를 쓰게 하는 조건으로 지분 5%를 기부 받고 있다. 최근 4년간 11개 기업에서 총 112억 원어치의 지분을 기부 받았다.

△정 총장=대학기술지주의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정부 지원을 늘리고 산학협력단 간접비라든지 법인과 대학 등에서 출자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법률 정비가 필요하다.

-대학이 연 6조~7조 원 이상 정부 R&D 지원을 받는데 국가 R&D의 개선점을 꼽는다면.

△신 총장=과학기술이 지배하는 ‘팍스 테크니카(Pax Technica)’ 시대다. 연구자가 맘껏 연구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고 실패도 용인해야 대박이 터진다. 올 들어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 시행돼 나름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다만 정부의 연구비 관리가 너무 디테일해 산단이 연구비 집행의 적정성 관리 업무에 치우친다. 어떤 연구를 수행해야 하는지 분석하고 연구가 끝났을 때 기술 사업화 전략을 도출해야 하는데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 총장=연구윤리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자율성은 감소하고 책임성만 강조되는 경향이 있다. 교원들의 과제 성과물도 논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결과물을 내야 한다. 연구 현장에서 R&D 성공률에 비해 파급 효과가 낮은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

△김 총장=정부 과제를 통해 설립된 각종 센터들이 사업 종료 이후 얼마나 지속되는지 살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세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산단도 교수님들의 기술이전, 창업 활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전문가 채용 등을 늘려야 한다.

△이 총장=자율주행차처럼 여러 부처가 같이 관여하는 R&D 사업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탄소 중립 등 융합 신기술에 대해 리더십을 갖고 대응할 수 있는 국가 R&D 혁신 주체가 필요하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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