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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더 많이 이기기 위한 다양한 목표

윤석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

윤석진 KIST 원장




1988년은 ‘변곡점’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개인적으로는 평생 직장인 KIST에 입사하며 학생 신분에서 벗어나 프로 연구자로서 삶을 시작했고, 대한민국은 88 서울올림픽을 개최하며 한강의 기적을 세계에 내보이며 극동의 작은 나라에서 세계 중심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었다. 그로부터 33년이 지난 지금, 코로나19로 숨 고르기를 한 도쿄 올림픽을 5개월 앞두고 있다. 올림픽이 개최되면 우리는 1cm, 1초, 1kg의 기록 경신을 하려는 선수의 분투에 환호하고 매료될 것이다. 신체와 정신력의 한계를 넘어서는 선수들의 노력이 감동을 넘어 아름답기 때문이다.

연구자도 해당 분야 기술을 높이기 위해 연구에 몰두한다. 필자가 속해 있었던 1990년대 세라믹 연구그룹도 소재의 성능 향상에 집중했다. 오늘은 우리가 최고 위치에 올랐지만, 내일이면 다른 팀이 우리를 앞질렀다. 붉은 여왕의 덫에 걸린 듯 있는 힘을 다해 달려야만 제자리에 머물 수 있었다. 무엇을 위한 연구인가란 질문에 논문과 특허가 명쾌한 답은 아니었다. 성능을 백 배, 만 배 향상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면 예상하지 못할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소중한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책연구소의 연구원으로서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닌 확실한 가치 창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생각해보면 공을 가장 빠르게 멀리 차거나 화살을 가장 멀리 보낸다고 축구와 양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딸 수 없지 않은가? 무한 경쟁 쳇바퀴에서 벗어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연구의 목표 전환이 필요했다. 우리가 확보한 세라믹 소재의 기술에 약간의 특성 보완을 한다면 다양한 전자제품 소자(素子)의 원천기술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주목했다. 일본에 의존하고 있었던 초음파 가습기 소자의 수입 대체부터 세계 일류 제품 경쟁력 확보를 위한 초소형 휴대전화 소자를 개발하는 연구로 발전시켜 나갔다.



세라믹을 전공하지 않은 필자에게 맞춤형 경쟁전략이었다. 전기공학을 전공했다는 약점은 융합과 협력을 통해 오히려 새로운 길을 찾는 눈이 되어 주었다. 국가 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었고, 세계적인 연구 경쟁력을 갖출 수도 있었다. 매력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우리 연구팀만의 블루오션을 만들어 낸 것이다. 모든 이가 같은 결승점을 향해 달린다면 승자는 오직 한 명일 뿐이다. 하지만 각자 다양하면서도 의미 있는 결승점을 추구한다면 그만큼의 승자가 나올 가능성이 생긴다. 연구자로서 초년병 시절 체득한 이 원칙은 기관 내에서 가장 많은 외부수탁 실적을 올린 연구책임자 중에 하나로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대한민국 미래를 만들어갈 우리 다음 세대가 치열한 입시를 지나고도 취업 전쟁에 나서야만 하는 모습이 너무도 안쓰럽다. 겨우 취업 전쟁을 끝내고 나면 불확실성 가득한 생존경쟁이 기다린다. 대기업과 공무원 시험에 수십, 수백 대 일로 유능한 인재가 몰린다. 당연시할 수 있지만 밝은 미래를 담보하는 균형 잡힌 오늘은 아닐 것이다. 변화의 시작은 목표가 이처럼 천편일률적인 줄세우기식이 아닌 다양한 가치를 추가하는 목표 설정에서 시작해야 한다. 더 많은 이가 승리하는 활기찬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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