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합동조사단이 3기 신도시 전반에 대한 투기 조사를 본격화했다. 조사 대상과 범위는 사상 최대 규모다. 정부는 우선 국토교통부와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 결과를 오는 목요일 또는 금요일쯤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합동조사단은 신도시 입지 발표 5년 전부터 현재까지 조사 대상 기관 및 부서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직원과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의 토지 거래 내역을 살피겠다고 했다. 이는 해당 직원과 그 가족이 조사 대상임을 뜻한다. 가족에는 배우자, 자녀, 결혼한 자녀의 경우 증손까지 포함한다. 직계 존속은 부모와 조부모, 외조부모 등을 뜻한다. 따라서 일가족(본인과 배우자 및 자녀)을 평균 3명, 직계 존속을 평균 2명이라고 보면 직원 1명 조사 때 적어도 5명 정도는 조사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정부는 1차 조사 대상으로 국토부 본부와 지방청 공무원 4,000명, LH 소속 직원 약 1만명 등 1만4,000명을 꼽았다. 그렇다면 직원 가족과 직계 존속을 평균 4명으로 잡을 경우 조사 대상은 5만6,000명, 평균 5명으로 잡을 경우 약 7만명으로 불어난다.여기에 3기 신도시 6곳(광명·시흥,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고양 창릉, 부천 대장)과 택지면적 100만㎡가 넘는 과천지구와 안산 장상지구가 소재한 경기도와 인천광역시 및 9개 기초자치단체의 신도시 담당부서 공무원, 8개 광역·기초자치단체의 도시공사 임직원도 조사대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 수석, 비서관, 행정관 등 전 직원과 가족의 신도시 토지거래 내역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안산시는 소속 공무원 2,200여명과 안산도시공사 소속 임직원 360여명 전원을 대상으로 신도시 예정지의 부동산 거래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배우자와 직계 존비속을 합한 전체 조사 대상은 최대 10만명을 웃돌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필요할 경우 공직자의 형제나 4촌, 지인 등으로도 조사를 확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수조사는 당사자들에게 일일이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실제 조사가 얼마나 이뤄질지는 유동적이다.
정부합동조사단은 개인정보 이용 동의서가 취합되는 대로 한국부동산원의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을 통해 3기 신도시 토지에 투자한 '내부자'가 있는지 가려낸다. 조사단은 우선 국토교통부와 LH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 결과를 이번주 중반께 발표할 계획이다. 이르면 목요일, 늦어도 금요일쯤엔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 4일 브리핑에서 "1차로 다음 주까지 급히 조사한 뒤엔 숨을 고르며 졸속이 되지 않도록 찬찬히 제대로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1차 조사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논란이 가라앉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예상보다 투기 의혹이 많이 나올 경우 공직자 부패 구조가 뿌리 깊다는 점에서 국민의 충격이 클 수 있다. 예상보다 적거나 없을 경우엔 부실 조사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참여연대·민변의 추가 폭로도 큰 변수다. 지난 2일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발표 이후 비슷한 투기 의혹 제보 수십 건이 쏟아졌다는 것이다. 이들은 광명·시흥 신도시에서 LH 직원들의 추가 투기 정황도 포착해 조사 중이다. 참여연대·민변은 제보를 취합해 축적하면서 정부의 전수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고 했다. 조사 결과에 민변·참여연대가 포착한 투기 의혹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추가 폭로를 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민변은 정부 조사의 느슨함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이들 단체는 7일 논평에서 "전국민적 신뢰를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합동조사단 조사와 별개로 수사기관의 강제수사나 감사원의 감사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비밀정보 활용 여부나 투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정부가 자체적으로 조사하는 것에 대해 제 식구 봐주기식 축소·소극 조사가 이루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큰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예나 인턴기자 yen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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