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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직장인에게도 ‘부캐’가 필요하다





공무원이라면 또 모르지만, 일반 민간 기업이 취업 규칙으로 부업을 금지하는 것은 의미 없는 짓이다. 법률은 부업 금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회사는 사원의 인생을 통째로 책임져주지 않는다. 갑자기 연봉이 줄어들 때도 있고 명예퇴직을 당할 수도 있다. 내일 당장 회사가 망할지도 모른다. 그런 불확실한 조직이 근무시간 외에 개인적인 시간까지 속박할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 부업을 금지하는 회사의 경영자는 사원을 자신의 노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회사는 스스로 좁은 시야에 갇혀 언젠가 시대에 뒤떨이지고 만다. (미노와 고스케, ‘미치지 않고서야’, 2019년 21세기북스 펴냄)

미노와 고스케는 일본의 권위 있는 출판사 겐토샤에 입사해 독자 브랜드를 만들고 1년 만에 100만 권의 책을 팔아치운 편집자이다. 작가와 독자의 마음을 우직하고 지독하게 들여다보아야 하는 편집일에 과연 ‘천재’라는 것이 있을까 싶지만, 굳이 ‘천재’를 꼽는다면 바로 이 사람이라는 데 나는 이견이 없다. 미노와 고스케는 자신이 속한 출판사에 공식적으로 부업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딴 짓을 벌이기 시작한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편집자로서의 노하우를 독자와 다른 편집자들과 나누는 유료 편집살롱을 열었다. ‘부업 선언’을 할 때 그는 사장에게 편집자가 독자와 긴밀하게 접촉하고 교류하고자 하는 이 실험은 출판계에 하나의 도전이 될 것이며, 자신이 판을 키운 플랫폼은 회사에도 큰 자산과 경험이 될 것이라 설득했다. 그리고 겐토샤는 기꺼이 이 별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직원의 ‘부업’을 지지해주었다.



연예인에게만 ‘부캐(부캐릭터)’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직장인들도 ‘부캐’를 개발하고 회사 밖의 판에서 이기적으로 수익과 생존과 자존을 도모해야 한다. 조직원의 경쟁력이 곧 조직의 근간인 시대에 고리타분하게 부업을 금지하는 일부 회사와 경영자들에게 강력한 한 방을 날리는 ‘천재 편집자’의 일갈은 예리하고 신랄하다.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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