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조선노동당 부부장이 한미연합훈련 철폐를 요구하며 ‘말 폭탄’으로 우리 정부를 위협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한미훈련이 어떤 경우에도 군사적 긴장을 조성하는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며 되레 두둔하는 태도를 취했다. 김 부부장은 16일 ‘3년 전의 봄날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문에서 연합훈련을 “붉은 선을 넘어서는 얼빠진 선택”이라고 시비를 걸었다. 그는 “50명이 참가하든 100명이 참가하든 그리고 그 형식이 변이되든 침략전쟁연습이라는 본질은 달라지지 않는다”며 대남 기구 폐지와 남북 군사 합의 파기 방안을 거론하면서 으름장을 놓았다.
북한이 얼토당토않은 트집을 잡으며 협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대화·협력 타령만 하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어떤 경우에도 대화·협력을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 남북 대화에 매달리는 태도를 보였다. 김 부부장의 대북 전단 살포 비난 이후 여권이 법 개정을 추진해 ‘김여정 하명법’ 논란을 빚은 것과 비슷한 풍경이 재연되고 있다. 북한은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방한을 하루 앞두고 한미 동맹 균열과 남남 갈등을 노리고 작심한 듯 도발적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원칙적으로 대응하기는커녕 되레 눈치를 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면 북한의 위협은 더 노골화된다. 더구나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대체돼 심각한 안보 공백이 우려되는데도 한마디 대꾸도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다.
김 부부장이 남북 군사 합의 파기 운운했지만 사실 북한의 잇단 도발로 빈껍데기만 남은 상태다. 그런데도 정부가 ‘남북 대화 쇼’를 벌일 궁리만 한다면 우리의 안보 태세는 더 흔들리게 된다. 이제라도 대북 환상에서 벗어나 한미 동맹을 굳건히 하고 실전 위주의 연합훈련을 재개해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래야 북핵 폐기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는 길로 나아갈 수 있다.
/논설위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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