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링컨(사진) 미국 국무장관이 유럽 동맹국에 미국 편에 서달라고 촉구했다. 한일 순방 때 중국 압박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 데 이어 전통 우방인 유럽까지 끌어들여 반중 전선을 투텁게 만들겠다는 포석이다. 중국도 중동을 돌며 우군 확보에 총력을 펼쳐 양국의 세 불리기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CNBC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전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외무장관 회의 후 “우리 중 한 명이 (중국으로부터) 강압적인 행동을 강요받을 때 우리는 동맹국으로서 대응해야 하며, 우리의 취약점을 줄이기 위해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이 유럽이 중국과 경제 교류가 많은 현실을 고려해 동맹에 미국과 중국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는 않겠다고도 했지만 동맹의 중요성을 거듭 언급해 미국의 속내를 다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블링컨 장관은 “각국은 중국과 협력할 수 있다”면서도 기후변화와 보건 문제가 중국과의 협력이 필요한 분야라고 언급했다. 중국과 협력할 수 있는 분야가 제한적임을 시사한 것이다.
실제 블링컨 장관은 중국 때리기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블링컨 장관은 중국에 대해 “그들은 국제 시스템의 규칙, 우리와 동맹국들이 공유한 가치들을 약화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일하고 있다”면서 “만약 우리가 국제 질서를 위한 우리의 긍정적인 비전을 현실화하기 위해 협력한다면 우리는 어떤 경기장에서든 중국을 능가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5세대(5G) 통신을 언급하며 “중국의 기술은 심각한 감시 위험을 가져온다”며 “우리는 스웨덴·핀란드·한국·미국 같은 나라들의 기술 기업을 한데 모으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민간투자를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은 이에 화답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이날 중국 문제에 대한 양측 간 대화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으며 이탈리아도 중국의 신장 위구르 관련 보복성 제재에 항의하고자 자국 주재 중국대사를 초치했다.
중국 역시 반미 전선을 넓히기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이날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인 파이살 빈 파르한 왕자와의 회담에서 서구 국가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왕 부장은 회담에서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주권 수호 의지를 지지한다”면서 “이데올로기와 가치관을 핑계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내정에 간섭하는 행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서방국가의 위구르 관련 제재를 비판한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앵커리지에서 미중이 충돌한 후 양국이 동맹국과의 연대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성규 기자 exculpate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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