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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아·상병수당…"재정 혁신"한다며 '재정 적자' 더 키운다

[내년 예산 600조 시대…확장재정 속 재정구조조정 '상충 정책']

현금복지 늘리고 '의무 지출'에 포함…줄이기도 힘들어

"총지출 증가율 예상치 6%"라지만 매년 계획보다 높아

전문가 "정부가 밝힌 지출구조 조정, 정치적 수사" 불과

안도걸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오른쪽)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예산안 편성지침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 편성에서 확장 재정과 재정 혁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지만 이는 불가능한 목표라는 지적이 많다. 올해 편성된 현금성 예산만 110조 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내년에는 영아수당과 상병수당 등 대규모 복지 사업까지 추가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총지출이 200조 원 가까이 불어나면서 악화한 재정 건전성이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아수당 등 현금성 지원 확대=기획재정부는 ‘2022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 세부 지침’을 30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기본 방향은 경제 활력, 미래 혁신, 민생 포용을 뒷받침하는 ‘적극적 재정 운용’과 재정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 혁신’이다. 안도걸 기재부 예산실장은 “코로나19 경제위기 극복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늘어난 사업을 전면적으로 줄여가겠다”며 재량 지출의 10%, 약 12조 원 규모의 지출 구조 조정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부는 내년에도 현금성 지원을 확대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한 영아수당이 대표적이다. 영아수당은 모든 만 0~1세 영아에게 매월 일정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첫해인 내년 30만 원에서 오는 2025년에는 50만 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된다. 현재 만 7세 미만에게 지급되고 있는 아동수당(월 10만 원)과는 별개다.

상병수당도 내년에 시범 도입된다. 상병수당은 건강 문제로 근로 능력을 잃은 노동자의 소득을 병원비 외에 보장해주는 제도다. 전 국민 고용보험 가입을 위해 지난해 예술인과 특수고용직을 고용보험에 포함한 데 이어 플랫폼 종사자의 가입을 추진하는 등 고용보험 정책도 강화된다.

이러한 사업들은 복지 분야 의무 지출에 해당해 예산 경직성을 높인다. 복지·국방 등 고정적 비용이 들어가는 의무 지출은 법에 명시돼 있어 규모를 쉽게 줄이기 어렵고 국내총생산(GDP) 증가에 따라 자연히 늘어나는 것이 특징이다. 기재부의 국가 재정 운용 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3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123조 2,000억 원이던 복지 분야 법정 지출은 2024년 160조 6,000억 원으로 연 평균 7.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도 국민취업지원제도 시행으로 매년 8,000억 원의 예산이 추가로 들게 됐고 지난해 13조 2,000억 원이었던 기초연금은 올해 18조 8,581억 원으로 늘어났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저출산은 더 이상 돈으로만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돼버렸지만 정부는 돈 풀기에만 집중해 의무 지출이 늘어나고 예산 경직성이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출 구조 조정? 정치적 수사에 불과"=정부는 강력한 지출 구조 조정을 위해 소비쿠폰·고용유지지원금 등 코로나19 위기 대응 과정에서 한시적으로 증액된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안 실장은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은 전반적인 경제 상황과 코로나19 방역 상황을 봐야 하므로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어렵다”면서도 “지난해 재정 운용 계획상 총지출 증가율 예상치는 6%로 잡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 총지출 증가율은 재정 운용 계획보다 항상 더 높았다. 2018년 계획상 2020년 총지출 증가율은 7.3%였지만 실제 증가율은 9.1%(+1.8%포인트), 2019년 계획상 2021년 총지출 증가율은 6.5%였지만 실제 증가율은 8.9%(+2.4%포인트)였다. 추경을 편성하면 증가율은 더 오르게 된다. 지난해 추경까지 포함한 총지출 증가율은 11.9%에 달한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내년도 예산을 가능한 늘려 잡아야 여당이 내년 대선에서 승산이 있는데다 추석 전후, 연말까지 세 번 정도는 추경을 할 것으로 본다”면서 “정부가 말하는 지출 구조 조정이란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정부는 지난해 발표한 재정 준칙을 입법화해 중장기 재정을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재정 준칙의 국회 통과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부의 재정 지출로 늘어난 유동성이 코로나19 이후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 교수는 “미국에서 대규모 부양책으로 이미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10년물 장기 금리가 올라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우리나라 가계 부채 규모가 1,000조 원에 달하는데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이자 비용만 2조 5,000억 원씩 늘어나니 어디서든 문제가 터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종=박효정 기자 j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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