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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모호성에 美 인내심 한계...지체 없이 쿼드 가입해야"

["美, 쿼드 참여 강력 요구"]서경펠로 진단

泰·필리핀까지 참여 움직임

자칫하면 '외톨이 신세' 우려

美 주도 기술표준 등 의제도

韓에 불리하게 확정될 위험

함께 걸어가는 한미일 안보실장 (서울=연합뉴스) 서훈(오른쪽부터)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국가안보국장이 2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 인근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한미일 안보실장 3자회의에서 함께 걸어가며 대화하고 있다. /사진 제공=외교부




미국이 최근 한미일 안보실장 회의에서 한국에 ‘쿼드’ 참여를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유럽연합(EU) 등 자유민주주의 동맹 간 협력을 강화하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모호한 입장을 나타내면 미국의 연합 전선에서 제외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가운데 태국과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국가까지 쿼드 확장체에 참여하려는 경향이 감지되며 한국이 자칫 ‘외톨이 신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또 미국이 기술표준 완성 등 국제 경제 구조를 재편하려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중 간 줄타기를 이어간다면 기술표준이 우리 경제에 불리한 방향으로 확정될 위험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서울경제의 외교안보 전문가 그룹인 펠로들은 한국이 미국의 쿼드 참여 제안을 받고 있는 만큼 지체 없이 가입 의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중국 견제 방안은 이전 도널드 트럼프 정부와 달리 동맹 체제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해 중국을 단독으로 견제한 데 비해 바이든 행정부는 EU는 물론 일본·호주·인도·필리핀 등과 동맹 체제로 연합 대응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미국의 동맹 체제에서 주변부로 밀려나고 북한 문제 대응 등 안보 전략에도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미국은 중국에 대해 여러 동맹국과 함께 정치·경제·군사·과학기술적으로 강하게 견제하는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미국이 동맹 체제 위주의 대중 견제를 추진하는 마당에 우리 정부가 모호한 태도를 보인다는 것은 미국의 동맹 체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국제 정세를 살펴보면 태국·필리핀 등은 확장된 형태의 쿼드에 참여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며 “우리 정부는 미국의 쿼드 가입 요청을 공식적으로 받고도 이를 부인하고 있는데 자칫 동맹 간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쿼드가 예상보다 강력한 형태의 중국 견제 협의체가 아닌 만큼 굳이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한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트럼프 전 정부 시절 쿼드와 관련 아시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지향한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현재 쿼드 정상회의 등에서 나온 내용을 보면 중국이 민감하게 받아들일 내용이 없다”며 “이렇게 느슨한 형태로 진행하는 상황이라면 우리 정부가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어 “쿼드 등 협의체에 가입하는 것이 오히려 전략적 모호성을 취하는 것”이라면서 “이 정도의 느슨한 협력체에 가입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중국쪽으로 붙겠다는 전략으로 비쳐진다”고 우려했다.



미국이 반도체 공급망 확충과 기술표준 완성 등 동맹을 중심으로 국제 경제 구조를 변화하려는 국면이라는 점을 엄중히 살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글로벌 반도체 품귀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반도체·자동차 기업 고위 임원을 백악관으로 불러 현안을 논의한 바 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견제하고 패권 경쟁에서 승기를 잡기 위한 의도로 해석하고 있다. 이와 함께 6세대(6G) 통신, 인공지능(AI), 로봇 등 차세대 기술표준을 둘러싸고 미국이 EU·일본 등 동맹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 양다리를 걸칠 경우 자칫 기술표준을 선점하는 데 있어 후발 주자로 밀려날 위험성이 있다는 평가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우리 정부가 미국의 쿼드 동참에 대해 계속 미온적인 입장을 보일 경우 미국 주도의 기술표준 등 중요한 의제에 대해 발언권이 사라지게 된다”며 “미국과 EU·일본 대 중국의 기술표준 경쟁이 벌어진다면 승자는 서방국가 연합체가 될 것이 분명한데 현재와 같은 스탠스로 간다면 기술표준이 우리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확정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도 우리 정부의 모호한 스탠스에 기반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미국과 강한 연대를 표명하고 나섰지만 중국이 오히려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만 역시 자유민주주의 동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에서 역대 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등 경제적 이익을 크게 구가하고 있다는 평가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애매한 입장을 보이니 중국이 이 틈을 노려 경제 보복 등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라며 “일본은 안보에 있어 미국과 빈틈없이 한목소리를 내는데 중국이 이에 대해 별다른 보복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일본과 중국 간 경제 관계는 평온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남 교수 역시 “중국은 여전히 ‘한한령(限韓令)’을 풀지 않고 있는데 우리 정부가 친중 노선을 보인다고 경제적 혜택을 주는 게 없지 않느냐”며 “중국의 보복 시나리오 같은 것을 계속 고민하다 보니 외교적으로 더 꼬이는 것이며 외교 안보는 한미 동맹을 근거로 풀고 경제는 경제 논리에 맞춰 진행하면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강동효 기자 kdhyo@sedaily.com, 김남균 기자 sout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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