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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가격 오른다" 꽃샘추위에도 100여명 '샤넬런'…자리 싸움에 경찰 출동까지

◆샤넬 가격인상 전날 百 가보니

개장전 담요 덮고 100여명 대기

자리맡기 실랑이에 경찰 출동도

"가격 오른다 소문 듣고 연차 써"

MZ세대 '하이엔드급'에만 몰려

진입장벽 낮은 브랜드들은 한산

14일 오전 서울 명동에 있는 한 백화점 앞에서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긴 줄을 선 채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박민주기자




14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앞에 30~40명의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전날보다 기온이 10도 가까이 뚝 떨어지면서 한파특보가 내려진 이른 새벽이었지만 담요를 덮어쓴 사람들은 캠핑용 의자에 앉아 백화점 개장을 기다리기 시작했다. 출근 시간인 오전 8시가 되자 100명 가까이 불어난 대기 인원은 백화점 건물 반 바퀴를 빙 둘러싸며 장사진을 이뤘다. 대부분 20~30대로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거리두기 없이 바싹 붙어있다. 이들은 모두 15일 가격 인상을 예고한 명품 브랜드 샤넬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다. 특히 이날은 가격 인상을 하루 앞둔 시점으로 가격 인상 전 마지막 기회를 잡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백화점 개장 시간 30여분 전부터 샤넬 매장 직원들이 나와 대기를 받기 시작했고, 장시간 자리를 비웠다 돌아온 사람을 뒤로 보내려는 실랑이가 붙으면서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앞줄에 서 있던 20대 여성 고객은 "내일 샤넬 가격이 오른다는 소문을 듣고 연차를 내고 왔다"며 "평일인데 주말보다 대기줄이 훨씬 더 긴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오전 서울 명동에 있는 한 백화점 앞에서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긴 줄을 선 채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박민주기자


14일 오전 서울 명동에 있는 한 백화점 앞에서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긴 줄을 선 채 개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박민주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보복 소비'로 폭발하면서 고가의 명품에 몰리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700명대로 치솟았지만 명품을 사려는 대기줄은 더욱 장사진을 이뤘다.

이날 주요 백화점 앞에 펼쳐진 장사진은 샤넬 때문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인 언급은 없지만 매 분기마다 1~2회 가량 가격을 조정하는 샤넬이 15일을 전후로 가격을 올린다는 소문이 돌면서 지난달부터 평일에도 주말 못지 않은 오픈런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샤넬 인상 즈음에도 주요 백화점 샤넬 매장에 오픈런을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샤넬 오픈런 사태는 백화점 매출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롯데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의 지난 3월 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94%, 93.6% 뛰었다. 현대백화점에서도 전년 대비 100.2%나 증가했다. 다만 일명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로 불리는 하이엔드급 명품에만 소비가 집중되면서 명품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에르메스와 루이비통 등 하이엔드급 명품들은 두자릿 수 이상의 성장을 기록한 반면 비교적 가격 진입 장벽이 낮은 입생로랑과 페라가모 등은 매출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사실상 샤넬 말고 다른 매장은 여전히 코로나19 타격으로 한산하다"며 "명품 매출 상승은 고가의 주요 브랜드가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오픈런’을 뛰어도 원하는 상품을 구하기 어려운 희소성으로 리셀 제태크가 가능한 브랜드에만 고객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에르메스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4,19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5.9% 늘었다. 루이비통의 실적은 사상 첫 1조 원을 넘어섰다. 루이비통코리아 매출은 전년 대비 33.4% 증가한 1조 468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가격 인상을 2~3회 가량 단행하고도 역대급 매출을 기록한 것이다. 루이비통코리아는 올해 1분기에만 4차례의 가격 인상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보복소비 열풍이 불어 하이엔드급 명품에 수요가 몰렸다”며 “올해에도 비슷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비교적 가격 진입 장벽이 낮은 명품 브랜드의 실적은 오히려 줄었다. 페라가모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은 1,056억 원으로 전년 1,500억 원 대비 약 440억 원이 감소했다. 입생로랑코리아 역시 지난해 1,470억 원 매출을 올렸는데 이는 전년 대비 200억 원 가량 줄어든 실적이다. 발렌티노코리아의 매출도 전년 대비 20% 감소한 387억 원을 기록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희소성이 높은 고가의 명품들은 가격이 올라도 수요가 끊이지 않아 리셀러도 많이 모인다”며 “여기에 플렉스 소비 문화를 가진 2030세대들도 첫 명품부터 하이엔드급을 선호하면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주·박형윤 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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