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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남' 외면한 성평등 정책, 2030 성갈등 키웠다

성 문제 주무부처 여가부, 2030 성갈등 외면

유일한 청년사업은 페미니즘 등 여성문제 위주

양평원 "남성=잠재적 가해자"라며 성갈등 부채질

"성평등 토론 자리 만들고 남성 정책 참여 늘려야"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로 표현해 문제가 된 양평원 영상 중 일부. /젠더온 홈페이지 캡처




2030(20·30대) 남녀 혐오가 사회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가 됐는데도 정부가 성갈등 문제를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여전히 사회가 남성에게 유리하다’는 청년 여성과 ‘남자라서 이득을 본게 없는데 역차별을 당한다’는 청년 남성의 의견 충돌이 계속되는데도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여전히 성평등 캠페인에서 대책을 찾고 있다. 사회 전문가들은 성평등 교육으로 성갈등 문제를 풀 수 없다며 2030 세대의 인식 격차를 살피고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20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청년의 생애과정에 대한 성인지적 분석과 미래 전망 연구'에 따르면 여성 74.6%는 우리 사회가 여성에게 불평등하다고 생각한 반면 남성 51.7%는 우리 사회가 남성에게 불평등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달 7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는 20대 남성 72.5%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선택했다는 출구조사가 나오자 2030의 성 대결 양상이 심각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자료제공=한국여성정책연구원


뒤늦게 심각성을 인식한 여가부는 ‘청년 성평등 문화 추진단’ 사업을 통해 성갈등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여가부 여성정책과 소관인 이 사업은 성폭력, 성차별, 성별간 혐오 문제 해결을 위한 생활 속 성평등 문화를 확산시키자는 취지에서 기획됐으며 ‘버터나이프크루’라는 위탁플랫폼을 통해 프로젝트 참가자 모집이 이뤄진다. 이 사업에 올해 약 4억5,000만원의 예산이 편성됐다.

하지만 이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성갈등 완화·해소 대책과는 거리가 멀다. 지난해 여가부가 선정한 23개팀의 프로젝트를 보면 ‘비혼주의 여성을 위한 페미니즘 연극 프로젝트’, ‘여성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 ‘나와 닮은 여성위인 찾기’ 등 여성 문제를 다뤘을 뿐 남녀 간 인식 격차를 주제로 다룬 프로젝트는 없었다.



지난해 8월 청년기본법 시행으로 정부의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게 됐지만 여기서도 성갈등 완화책은 찾아볼 수 없다. 국무총리실이 지난해말 발표한 ‘제1차 청년정책 기본계획’을 보면 육아휴직 분할사용 횟수 확대, 임신중 육아휴직 허용 등 기존에 나온 여성 정책 수준에 그친다.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사회 전문가들은 정부가 2030 세대가 느끼는 정책과 현실의 괴리감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평등 정책을 추진하면서 오히려 남녀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고 지적한다. 이전 세대보다 성평등 분위기에서 자란 2030 세대는 성평등 인식에서 4050 세대와 차이가 있는데도 성평등 문제를 생물학적 프레임으로 몰고갔다는 것이다. 최근 여가부 산하기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 성인지 교육 자료에서 남성을 ‘잠재적 가해자’라고 표현하고 “남성은 자신은 나쁜 남성들과는 다른 사람임을 증명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장해 젊은 남성들의 반발을 산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명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청년 여성은 여성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에 참을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남성은 이득을 본게 없고 오히려 (여성보다) 높은 평가를 못 받는다는 불만을 갖고 있다"며 “정부가 이러한 복합적 배경은 살피지 않고 성평등 문제를 정치적 이익으로 바라봤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여성계, 시민단체 뿐만 아니라 청년 목소리까지 반영해 성평등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여성 채용 할당제, 군 가산점 폐지, 여성 군복무 등 2030에 특히 민감한 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공감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대남(20대남성)의 요구는 제로섬으로 치닫는 성평등 프레임을 바꿔달라는 것인데 자꾸 성평등 교육만 강조하면 되겠느냐"며 "이대남과 이대녀(20대여성)의 성평등 인식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가부가 청년들이 생각하는 성평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만들고 남성의 성평등 정책 참여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영 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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