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형 약국체인 CVS에 공급한 코로나19 백신 중 13만 회분이 사용되지 못해 폐기 처분됐다. 미국 최대 의료재단 '카이저 파운데이션'이 운영하는 ‘카이저 헬스 뉴스(KHN)’는 3일(현지시간) 이같은 내용을 보도하고 백신을 대량으로 허비하게 된 책임은 연방정부로부터 백신 접종을 위탁받은 대형 약국체인 CVS와 월그린스에 있다고 전했다.
KHN이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자료를 토대로 전한 바에 따르면 미국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약 3개월만인 지난 3월 말을 기준으로 미국 전역(미국령 포함)에서 폐기 처분된 것으로 보고된 백신은 총 18만2,874 회분이다. 이 가운데 CVS가 사용하지 못하고 버린 물량이 절반 이상, 월그린스가 버린 물량은 21%를 차지했다. 두 약국체인에서 버려진 물량을 합하면 12만8,500 회분으로 전체 폐기량의 70%를 넘기는 양이다.
버려진 물량의 60%는 화이자 백신이다. 미국에서 가장 먼저 긴급사용 승인이 떨어져 작년 12월부터 접종이 시작된 화이자 백신은 유통·보관 과정에서 초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병당 5~7명이 맞을 수 있다. NBC방송은 폐기 사유는 약병 파손, 저장고 오작동, 보관상 오류, 유효기간 만료 등이라면서 화이자 백신은 개봉 후 6시간 이내에, 모더나 백신은 11시간 이내에 사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케이트 파울리 CDC 대변인은 이런 조건 때문에 어느 정도 버려지는 양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면서 "약국체인들에 (예상 수요보다) 더 많은 양의 백신이 공급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월그린스 측은 "버려진 물량은 우리가 지난 3월 29일까지 접종한 전체 백신 800만 회분의 0.5%도 되지 않는다"면서 "가급적 버려지는 양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KHN은 "두 약국체인에서 버려진 물량이 주정부 또는 연방기관에서 버려진 물량보다 훨씬 더 많은 이유를 CDC 자료는 설명해주지 않고 있다"면서 초기 배포 계획이 잘못됐거나 관리 부실이 이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시립대 보건정책과 브루스 Y. 리 교수는 "연방정부가 백신을 무료로 공급해 CVS나 월그린스는 백신이 버려지더라도 재정적으로 손해를 보지 않는다. 납세자들의 혈세가 낭비되는 것"이라며 연방정부는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통해 백신 접종 기관에 회당 약 40달러(약 4만5,000 원)를 지불한다고 설명했다.
리 교수는 보건당국이 백신 배포 초기에 수요를 잘 파악해 수요가 많은 곳에 접종 시설을 설치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면서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더 많은 사람을 접종하도록 하려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보건당국이 의료시설에 접근이 어려운 대상을 앞으로 백신 접종 목표로 삼고 있는 만큼 백신 폐기량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로드아일랜드주에 본사를 둔 CVS와 일리노이주 시카고 근교에 본사를 둔 월그린스는 백신 접종 확대를 위해 '당일 예약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월그린스의 경우 오는 5일부터 당일 예약제와 함께 '이동식 클리닉'을 가동해 의료시설 접근이 어려운 지역을 찾아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CDC는 지난 3월 30일 기준 1억8,950만 회분의 백신이 배포돼 1억4,760만 회분이 접종됐다"며 접종된 분량 중 770만 회분은 장기 요양시설 거주자가 맞았다고 전했다.
/박신원 인턴기자 shin0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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