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폐지된 검찰 ‘증권범죄합동수사단’의 부활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장관은 12일 기자들과 만나 “주가조작이나 허위 공시·정보를 활용한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들이 염려된다”면서 “(합수단 부활을) 수사권 개혁 차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지난달 전국 고검장 간담회에서도 “부동산 투기와 함께 걱정되는 것이 증권·금융 쪽의 전문적인 범죄”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합수단은 2013년 서울남부지검에 설치돼 증권 범죄 대응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여권 인사의 연루 의혹이 제기된 라임펀드 사기 사건 등을 수사했다. 하지만 지난해 1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이를 갑자기 해체해버리자 야권에서는 “정권 비리 수사를 덮기 위해 없앤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합수단 폐지 이후 검찰의 수사력은 급속히 약화됐다. 대검에 따르면 지난해 검찰이 의뢰 받은 총 58건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중 8건만 수사가 마무리됐다.
그런데도 여권은 ‘검찰 개혁’을 명분으로 검찰 수사 무력화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민주당 검찰개혁특별위원회 산하 ‘수사·기소권 완전분리 태스크포스’ 소속 의원 등 여당 강경파는 4·7 재보선 참패를 검찰과 언론 탓으로 돌리며 검찰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검수완박)하기 위해 중대범죄수사청 설치를 밀어붙일 태세다. 김용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검찰개혁특위가 다시 신속히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이 검수완박에 매달릴수록 수사 능력이 저하될 것임은 불 보듯 뻔하다. 검찰 수사권이 축소되면서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역할이 커졌지만 미덥지 못하다는 지적들이 많다. 경찰의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정권을 보위하기 위해 추진된 검찰 수사 무력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국민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논설위원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