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최경주(51)와 라운드를 해 본 후배들은 하나 같이 그의 아이언 샷에 감탄사를 쏟아낸다. 쉰을 넘은 나이라 거리는 예전같지 않지만 아이언 샷은 여전히 날카로워서다. “항상 정확하고 일정한 임팩트에 놀랐다” “페이스에 공이 쩍쩍 달라 붙는다”고 표현한다. 최경주는 정교한 아이언 샷을 앞세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통산 8승을 거뒀다. 지난해부터는 PGA 투어와 50세 이상 선수들이 뛰는 챔피언스 투어를 병행하면서 여전히 ‘개척자 정신’을 잃지 않고 있다.
그런 최경주가 챔피언스 투어에서 데뷔 후 최고 성적을 거뒀다. 31일(한국 시간) 막 내린 키친에이드 시니어 PGA 챔피언십(총 상금 350만 달러)에서 합계 3언더파 277타로 공동 3위에 올랐다. 이전 최고 성적은 지난해 10월 도미니언 에너지 채리티 클래식에서 기록한 공동 6위였다.
특히 메이저 대회에서 최고 성적을 거둬 기쁨이 더했다. PGA 챔피언스 투어는 5개 메이저 대회로 운영되며 시니어 PGA 챔피언십은 메이저 중에서도 총상금 규모가 US 시니어오픈(400만 달러) 다음으로 많다. 이번 시니어 PGA 챔피언십의 우승 상금 63만 달러(약 7억 원)로, 8언더파를 친 알렉스 체카(51·독일)에게 돌아갔다. 최경주는 공동 3위에 올라 18만2,500달러(약 2억 원)의 상금의 받았다.
최경주는 평소 자신의 아이언 샷 비결에 대해 “클레이 샷 연습 덕분”이라고 말한다. 최경주가 고안한 ‘클레이 샷’은 자갈 위에 황토를 깔고 물과 소금을 뿌려가며 롤러로 단단하게 다진 뒤 그 위에서 샷을 하는 것이다. 이 훈련법은 임팩트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 최경주는 “잔디나 매트에서는 임팩트가 정확한지 잘 알기 어려운데 클레이 위에서는 샷이 두껍게 들어가는지 얇게 들어가는지 등 금방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경주는 매년 자신의 재단 꿈나무들과의 동계훈련 때도 클레이 샷을 전수하고 있다. 지난 겨울에는 자신의 집이 있는 미국 댈러스에 캠프를 차렸다. 그곳에 다녀온 아마추어 국가대표 상비군 유현준(19)은 “테니스 코트보다는 살짝 무른 정도로 흙을 다지고 샷을 한다”며 “클레이 샷 연습 후 확실히 정타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최경주는 “클레이 연습장이 없는 평소에는 모래나 맨땅에서 샷을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세영 기자 sygolf@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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