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에게 올인해 성취감을 느끼는 ‘키즈 플렉스’가 도를 넘고 있다. 플렉스의 주인공이 키즈 자신이 아닌 부모라는 점이 일반적인 플렉스 소비와는 다른 양상이다.
아이에게 리모와 여행 가방을 사주고 나는 입지 않는 버버리 티셔츠와 골든구스 스니커즈로 꾸며주며 주기적으로 ‘키캉스(키즈+호캉스)’를 즐겨야 하는 등 자신의 경제적 능력을 넘어 아이를 위해 과도하게 지갑을 여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어서다. 먹고 마시고 입고 즐기는 모든 산업군에서 ‘키즈’가 들어가야 지갑이 열리는 가운데 유통 업계는 ‘특별히 중요한 아이’인 ‘VIK(Very Important Kids)’를 잡기 위해 혈안이 되면서 키즈 플렉스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이는 저출산의 영향으로 생겨난 ‘에잇포켓(한 자녀에게 온 가족이 지갑을 여는 소비 행태) 현상’이 심화하는 와중에 코로나19까지 겹쳐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아진 데다 최근 명품에 대한 부모의 ‘보복 소비’가 급기야 아이들에게까지 흘러가는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11일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지난 1~5월 명품 매출이 전년보다 57.1% 증가한 가운데 명품 브랜드 및 해외 컨템포러리 등이 포함된 프리미엄 아동 장르는 87.6%나 성장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아동 매출 성장률이 45%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명품 성장률(56%)과의 격차를 좁혔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해외여행이 막힌 틈을 타 호캉스를 외치던 호텔들은 최근 앞다퉈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부대 시설과 프로그램을 앞세워 ‘키캉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내 인생 첫 회원권’을 콘셉트로 1,000만 원짜리 어린이 전용 회원권 ‘키즈Q’를 출시했다. 한 심리학자는 “정작 아이들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내 인생 첫 회원권’이라는 타이틀을 통해 현실의 나보다 더 잘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과 시작부터 다른 내 아이의 특별한 삶에 대한 갈망을 교묘히 겨냥했다”고 꼬집었다.
현대프리미엄아울렛 김포점은 38개 유명 프리미엄 브랜드를 포진시킨 수도권 서부 지역 최대 규모의 키즈 전문관을 선보여 큰 손으로 부상한 키즈 모시기에 한창이다. 해외 영어캠프 등이 막히자 교육여행연구소가 선보인 376만 원짜리(아이 1인, 성인 1인 기준) ‘제주도 일주일 살기 명품 교육여행 상품’은 일주일 만에 모두 매진됐으며 100개 팀이 대기 명단에 올라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상에 절대 악과 절대 선이 없는 것처럼 특정 소비 현상인 키즈 플렉스도 좋고 나쁨을 말할 수는 없다”면서 “그렇지만 어린 시절의 물질과 소비에 대한 가치관 정립이 삶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다”며 최근 과도하게 아이에게 올인하는 소비 열풍을 우려했다. /심희정 라이프스타일 전문기자 yvett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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