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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마오쩌둥의 참새와 한국 기업들

■서정명 산업부장

韓, 마오쩌둥의 참새 신세로 전락

최저임금·주52시간 후폭풍만 양산

입법규제에 생산공장 해외 엑소더스

'국가발전 중심에는 기업' 인식 절실





1955년 중국의 한 농민이 “참새들 때문에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는 탄원서를 공산당 중앙당에 보냈다. 보고를 받은 마오쩌둥은 “2년 내에 전국의 참새를 소멸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렸다. 관변 단체들은 “참새는 죄악의 근원이며 우리의 양식을 수탈해온 주범”이라며 앵무새처럼 목청을 높였고 참새를 규탄하는 시(詩) 작품이 쏟아져 나왔다.

참새를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는 ‘변절자’ 낙인이 찍혔다. 인간과 참새와의 전쟁, 이른바 인작대전(人雀大戰)이 펼쳐지면서 1958년 한 해에 전국에서 참새 2억 1,000만 마리가 사라졌다. 후과(後果)를 생각하지 않고 일부 세력의 주장을 수용한 후폭풍은 거셌다.

천적이 없어지자 해충이 들끓었다. 과학자들이 해충 피해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계속 내놓자 마오쩌둥은 결국 참새 박멸 작전을 끝낼 수밖에 없었다. 잘못된 정책 하나가 나라 전체를 혼란에 빠트린 역사의 한 장면이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대기업=적폐’라는 이념의 프레임을 씌워 기업을 옭아맸다. 지지 기반인 노동자와 좌파 진영으로부터 몰매를 맞을까봐 기업 친화 정책은 입에도 올리지 않았다. 마오쩌둥의 참새와 우리 기업을 동일시했다. 비뚤어진 노사 관계와 반(反)기업 정책으로 국가 경제는 곳곳에 구멍이 숭숭 뚫리고 있다. ‘과속’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강행으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혈루(血淚)를 흘리고 있다. 상법·공정거래법·노동조합법·중대재해처벌법 등 뭉텅이 규제 법안을 만들어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의지를 꺾고 있다. 기업인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은 약 2,500개에 달한다. 사석에서 만나는 기업인들은 “형무소 담장 위를 걷는 아슬아슬한 심정”이라고 한숨을 짓는다.



기업들이 국내를 등지고 해외에 공장을 짓는 것은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지난 10년(2011~2020년) 동안 한국 내 설비 투자 증가는 2.5%에 그친 반면 경쟁국인 중국과 일본은 각각 4.3%, 3.9%를 나타냈다. 해외직접투자 연평균 증가율은 한국이 7.1%로 가장 높았으며 중국과 일본은 각각 6.6%, 5.2%를 보였다. 지난 2014년 기업유턴법이 시행된 이후 7년간 해외에 설립된 신규 법인 수는 2만 2,405개에 달했지만 국내로 돌아온 기업은 84개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해외 엑소더스는 고용 기회 상실로 이어진다. 기업을 통한 양질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재정 중독 일자리만 부풀어오르는 것은 이 같은 이유에서다. 한국판 참새 정책의 후폭풍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유럽연합(EU) 등 경쟁국은 미래 산업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기업 지원에 사활을 걸고 있다. ‘기업=국부(國富)’ 프레임을 짜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과 개발에 520억 달러 예산을 배정했고, 중국은 2025년까지 2,000억 달러의 반도체 지원책을 추진한다. EU도 2030년까지 1,750억 달러의 유로 펀드를 만들어 반도체 기업을 지원한다.

지금은 승자독식(勝者獨食)이 아니라 선승독식(先勝獨食)의 시대다.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미래 첨단 분야에서 먼저 이기는 기업이 과실을 따 먹는다. 우리 기업이 선승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야 한다.

정부와 여당은 구시대 유물인 반기업 정서를 고집하는 우(愚)를 더 이상 범해서는 안 되며, 오히려 기업을 통한 국부 창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념의 덫에 빠져 경도된 노사 관계를 그대로 둔 채 기업을 손봐야 할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면 우리 미래는 더 암울해질 뿐이다. 이념이 현실을 짓뭉개면 나라는 위험해진다. 국가는 발전해야 하고 경제는 성장해야 한다. 그 중심에 기업이 있다는 상식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정명 기자 vicsj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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