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라 더 부각되기도 했지만 바이오·생명과학이 우리의 가장 큰 미래 먹거리 아니겠습니까. 그런 면에서 미국의 보스턴·실리콘밸리·샌디에이고나 싱가포르·독일 등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의 ‘바이오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맹필재(65·사진) ㈔바이오헬스케어협회 회장은 17일 서울경제와의 줌 인터뷰에서 “우리도 보스턴에 버금가는 바이오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갖고 바이오사와 정부, 대학·연구소, 투자사 간 협력에 힘써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맹 회장은 서울대 미생물학과 학·석·박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포닥을 한 뒤 충남대 미생물·분자생명과학과 교수를 지내고 현재 대전시 과학기술위원과 한국연구재단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대전에서 오랫동안 바이오 생태계 구축에 나서온 그는 “대전에는 과학기술 정부 출연 연구원들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있고 바이오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털이 많아 바이오 생태계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며 “한국의 보스턴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고 소개했다. 보스턴의 경우 MIT와 하버드대, 유수 병원이 있고 주 정부의 육성 의지가 맞물리며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수 포진한 것은 물론 최근 10년 새 바이오 벤처·스타트업이 수천 개나 생겼다.
그는 “물론 아직은 보스턴과의 격차가 크지만 대전은 기술과 창의력을 보유한 벤처기업들이 협업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독특한 생태계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에 있는 바이오 업체는 250여 개다. 이 중 70여 개의 벤처·스트타업과 생명연 등 기관과 투자사까지 총 100곳 가까이가 바이오헬스케어협회에 소속돼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그는 “현재 대전의 바이오 코스닥사만 15개로 시총이 10조 원에 달하고 알테오젠과 레고캠바이오사이언스 양 사의 기술 수출만 6조 원이 넘는 것도 이런 축적의 시간이 있기 때문”이라며 “여러 출연 연구소와 대학, LG생명과학(현 LG화학)의 우수 인재들이 밑바탕이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지역에 세포 실험, 동물 임상을 위한 임상시험수탁기관(CRO)이 잘돼 있고 특허 관리나 해외 제약사 등과의 파트너십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 간 공동 연구개발(R&D)과 아이디어 교환, 멘토링이 잘돼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실제 대전에서는 와이바이오로직스와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가 항암 신약 공동 연구를 하거나 바이오사들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해 연구 실적을 공유하는 협력 문화가 구축돼 있다.
이런 바이오 생태계를 기반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공모 중인 ‘K바이오 랩허브’ 공모 사업을 대전이 유치할 경우 굉장히 큰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K바이오 랩허브는 보스턴의 바이오 육성 기관인 ‘랩센트럴’을 참고해 정부가 2,500억 원, 지방자치단체가 850억 원을 투입해 오는 2025년부터 바이오 집적화 단지를 가동하려는 것이다. 현재 대전·인천·청주·고양 등 12개 지자체가 경쟁 중으로 7~8월에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맹 회장은 “K바이오 랩허브를 가동하면 원스톱으로 창업 지원과 육성, 해외 진출을 꾀할 수 있게 된다”며 “스타트업들이 연구실과 장비를 공유하고 법률·경영 지원을 받고 글로벌 제약사와 벤처캐피털에서 투자를 끌어내며 유니콘(1조 원 이상 기업가치)이 적잖게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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