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중증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는 남성이 자신의 아내와 두 번째 결혼식을 올린 사연이 전해지며 감동을 주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코네티컷주 앤도버에 거주하는 리사(54)와 피터 마샬(56) 부부의 두 번째 결혼 소식을 보도했다. 지난 2018년 조기 발생 알츠하이머(early onset Alzheimer) 진단을 받은 피터는 급속히 기억을 잃어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2월, 피터는 TV 속 결혼식 장면을 보고 아내 리사에게 “우리도 결혼하자”고 깜짝 청혼을 했다. 다음날 피터는 전날 상황을 까맞게 잊었고, 리사에게 한 첫 번째 청혼도 두 번째 청혼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리사는 망각으로 고통받는 남편을 위해, 또 지난 20년간 이어져 온 그들의 사랑을 기념하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해 결혼식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리사는 “남편의 기억력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었다”며 “남편이 다시 청혼을 하자, 지금이야말로 결혼 서약을 다시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리사와 피터의 사랑은 시작부터 평탄하지 않았다. 이웃사촌이었던 이들은 각자 이혼 뒤 서로의 상처를 달래며 사랑을 싹틔웠다. 이들은 자식들이 장성한 후인 지난 2009년에야 마침내 결혼식을 올렸지만 채 10년도 되지 못해 피터의 알츠하이머가 발병했다. 30~60대에서 나타나는 조기 발생 알츠하이머는 급속도로 피터의 기억을 잠식했고, 리사는 직장도 그만두고 남편을 돌보는 데 헌신했다.
리사와 피터의 두 번째 결혼식은 웨딩 플래너인 리사의 딸과 이들의 사연을 들은 주변의 도움으로 6주만에 준비됐다. 마침내 지난 4월 26일, 두 번째 결혼식이 열렸다. 가족과 친구들이 이들의 새 출발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고, 리사의 딸은 의붓아버지에게 어머니의 손을 다시 넘겼다. 리사는 “모든 것이 완벽했다”며 “마치 마법같은 시간이었다”고 결혼식 날을 회상했다. 리사는 “모두가 울었다. 그렇게 행복해 하는 피터를 본 것은 너무나 오랜만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피터는 리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다”는 그의 인사만은 여전히 생생하다고 리사는 덧붙였다.
/홍연우 인턴기자 yeonwoo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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