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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행동하는 민중의 목소리가 곧 신의 목소리"

■미슐레의 민중

쥘 미슐레 지음, 교유서가 펴냄





쥘 미슐레(1798~1874), 한국 대중에겐 익숙하지 않은 이름이지만 프랑스에서는 가장 위대한 역사가를 꼽을 때 반드시 들어가는 이 중 한 명이다. 사상적 암흑기였던 중세 이후 문화가 융성했던 16세기를 ‘르네상스’로 처음 지칭하며 학문적 의미를 각인시킨 이가 바로 미슐레다. 그가 생전에 저술한 ‘프랑스의 역사’, ‘프랑스 혁명사’는 후대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국내에도 일부 저서가 번역·출간됐다.

그는 당대 프랑스에서도 사회의 모순을 직접 바라보며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인이란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번역·출간된 ‘민중’은 그의 이러한 면모가 두드러지는 책이다. 미슐레가 1846년에 출간한 이 책은 민중의 본질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로 발간 첫날 파리에서만 1,000부 이상 팔리는 인기를 끌었다.

미슐레는 이 책이 역사가의 연구서라기보다 본인 경험의 산물이라고 말한다. 노동자로서 미슐레 본인의 경험과 다양한 계층 출신의 사람들과 나눈 대화에 기초했다는 것이다. 그는 재산 유무에 따른 계급적 분류가 아닌, 한 국가를 이루는 모든 계층의 사람들의 삶과 정서, 욕망과 의지를 읽어내고자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책은 농민, 공장노동자, 상인, 공무원 등 다양한 계층이 저마다의 환경에서 경험하는 억압과 예속을 묘사하는데서 시작한다. 이어 서로를 모르는 곳에서 증오와 경멸이 싹튼다고 지적하며 계층 간 연대와 결속의 방법을 고민한다. 그는 권력을 갖지 못한 민중에서 낭만주의의 얼굴을 발견하기도 하며, 이러한 민중의 영혼에 활력을 넣는 출발점으로서 조국과 민족주의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당대 유럽에 민족주의가 퍼지고 있던 상황을 반영한 서술이다.

저자는 책 곳곳에서 민중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다. 미슐레는 용기 있게 ‘행동하는 사람들’인 민중의 본성을 긍정하며 그들의 목소리가 곧 신의 목소리라고 힘주어 말한다. 그는 책을 통해 “자신들이 이 세계에서 권리를 갖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했다”며 “침묵 속에 신음하며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향해 여망을 갖고 상승하려는 사람들”이 모두 민중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부르주아 엘리트들이 민중을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한다. 행동하지 않고 잡담과 논쟁만 일삼는 상층 계급 지식인의 태도를 꼬집는 것은 물론이다. 2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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