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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시신과 최소 3개월간 생활한 딸들…경찰 "지병 앓다 사망한 듯"

집안엔 약봉지 수두룩…"부부 수년전부터 고혈압·당뇨 앓아"

두 딸, 의사소통 원활치 못해…"믿기지 않아 신고 못했다" 진술

/서울경제DB




경기 시흥시의 한 아파트에서 두 딸이 60대 부모의 부패한 시신과 거주해온 사건과 관련, 경찰은 이들 부모가 지병을 앓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경찰과 시흥시에 따르면 숨진 A씨 부부는 수년 전부터 지병을 앓았다. A씨는 고혈압, 아내는 당뇨병 등을 앓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등이 숨진 채 발견됐을 당시 이들의 주거지에는 고혈압, 당뇨병과 관련한 약봉지가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까지 범죄 혐의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부부의 시신에서도 골절을 비롯한 외상 흔적이 없어 경찰은 부부가 지병이 악화해 사망한 뒤 방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신의 부패 정도 등에 비춰 부부가 사망한 시점은 최소 석 달 이상 지난 것으로 추정된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기 전이어서 부부의 정확한 사망 시점을 알 수 없지만 부패가 상당히 진행됐다"며 "언제 숨졌는지 파악하기 위해 신용카드와 휴대전화 사용 내역 등을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부모가 숨졌는데도 신고하거나 외부에 알리지 않은 딸들은 타인과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이 장애 판정을 받은 기록은 없고 숨진 부모도 생전 시흥시나 관련 기관에 딸들과 관련한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시흥시 관계자는 "이 가정은 지자체 관리 대상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모니터링이나 별도의 돌봄이 이뤄진 적이 없었다"며 "남은 자매에 대해 시 차원에서 건강 상태 등을 면밀히 분석해 적합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시는 우선 자매에게 당분간 머물 임시 숙소를 제공했다.

앞서 지난 22일 오전 10시 50분께 시흥시 정왕동의 한 아파트를 찾은 경매 집행관은 이들 자매가 숨진 60대 부모와 함께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매 집행관이 초인종을 누르자 부부의 딸들이 문을 열어줬고, 집행관은 각각 거실과 안방에서 누운 채로 숨져있는 남편과 그의 아내를 보고 경찰에 신고했다.

딸들은 경찰 조사에서 부모님이 평소에 지병을 앓고 있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신 게 믿기지 않아 신고하지 못했다며 아버지가 어머니보다 먼저 돌아가셨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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