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4주차에 접어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행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도와 탈진보를 껴안는 ‘빅 플레이트론’을 주창하며 정당 밖에서 움직이고 있으나 중도층 지지율은 외려 하락세다. 장모 재판과 부인 논문 등 가족 리스크에도 계속 노출된 상태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국민의힘 전격 입당으로 윤 전 총장과 차별화하면서 지지층을 잠식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의 중도층 지지율은 하락하고 보수층 지지율은 오르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 12~13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실시한 ‘차기 대선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중도층 지지율은 30.8%로 지난달 21일~22일 35.3%에 비해 4.5%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는 같은 기간 58.6%에서 60.2%로 상승했다.
9~10일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범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도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중도층 지지율은 지난달 28일 38.9%에서 34.5%로 줄었다. 그러나 보수층 지지율은 43.7%에서 46.2%로 늘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같은 중도 지지율 하락은 윤 전 총장의 이미지가 보수·우파로 굳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출마선언문에서 ‘약탈’ ‘독재’ 등을 언급했고 이후 안보·보훈 관련 만남을 갖는 등 반문 행보가 주를 이뤘다. 민생·실용 행보는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김헌동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과 방진기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도봉구지회장을 잇달아 만난 정도다. 탈진보 공략을 위한 핵심 지역인 호남도 제헌절을 맞이한 17일에야 처음 방문했다.
유인태 전 의원은 13일 라디오에서 “정치 선언할 때하고 그 후에 쭉 언동을 보면 지금 중원은 포기한 사람처럼 보여진다”고 혹평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14일 라디오에서 “바깥에 있으면서 자꾸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을 한 게 패착이었다”고 지적했다.
장모와 부인 사건과 의혹도 윤 전 총장 지지층을 흔들고 있다. 장모 최모씨는 2일 의료법 위반 등 혐의 1심 재판에서 법정구속됐다. 또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1심도 진행 중이다. 부인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불법수수 의혹 수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여권은 김씨의 논문 표절 의혹에도 불 붙이기 시작했다. 13일 리얼미터 측은 최근 여론조사 추이에 대해 “배우자·장모 관련 잇따른 의혹 공세로 하락 양상을 보였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에 들어간 최 전 원장이 윤 전 총장의 중도층 지지를 추가로 앗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 전 원장은 15일 “정당에 들어가서 함께 정치를 변화시키는 주체가 되는 것이 바른 생각”이라며 전격 입당했다. 윤 전 총장이 이른바 ‘국민 소환론’을 내세워 정당 밖에서 민심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과 대비된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외연 확장을 하려면 기준이 있어야 하는데 윤 전 총장은 그 기준이 되는 지지층이 없다”며 “이와 달리 최 전 원장은 입당으로 보수 세력을 선점했고 이제 중도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윤 전 총장이 메시지와 행보를 가다듬으면 지지세 회복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16일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서 “지지하는 사람들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할 수 있게 되면 윤 전 총장의 메시지는 더 명확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같은 날 라디오에서 “조금 다른 형태로 움직이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지지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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