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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꾀 많은 與, 깡 없는 野

지지층 결집, 文 지지율 45%로 급등

이준석 체제 ‘정권 심판’ 희석도 요인

與, 현금 퍼주기 등 모든 수단 총동원

‘정권 교체’ 사유 선명 제시해야 성공





“믿을 수 있나요.” 여권의 지지율 고공 행진을 보면서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성적표는 낙제점인데 집권 5년 차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역대 대통령 중 최고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2~1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45.5%로 나왔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참패 직후 30% 선까지 떨어졌던 대통령 지지율이 급반등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20주 만에 국민의힘을 제쳤다.

여권의 지지율이 갑자기 치솟은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 따른 ‘컨벤션 효과’다. 이재명 경기지사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진검 승부가 치열해지면서 범여권 지지층이 여론조사에 적극 응하고 있다. 실제로 자신의 성향을 ‘진보’라고 규정한 응답자가 늘었다. ‘호사화(호남+40대+화이트칼라)’ 중심으로 지지층이 재결집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둘째, 코로나19 증폭 효과다. 대통령 지지율이 1·2·3차 대유행 당시 2주 사이에 5~7%포인트씩 반등했는데 4차 대유행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위기 때 정권 중심으로 힘을 모으려는 ‘국기 결집 효과(rally around the flag effect)’라고 할 수 있다.

근본 요인은 희미해진 ‘정권 심판론’에서 찾을 수 있다. 국민의힘에서 ‘세대 교체’ ‘새 정치’ 프레임을 내세운 이준석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 “정권을 바꾸자”는 목소리가 확 잦아들었다. ‘반대 정당(opposition party)’이라고 하는 야당의 본래 기능은 정권 견제와 대안 제시다. 그러나 이 대표는 국민을 힘들게 하는 정부의 실정을 날카롭게 꼬집은 적이 없다. 문 대통령에게 뼈아픈 쓴소리를 하지도 않았고, ‘억까(억지로 까기) 그만’이란 명분만 내세웠다. 그럴듯한 비전을 제시한 적도 없다. 논란이 많은 여성가족부·통일부 폐지론을 불쑥 내놓았을 뿐이다. 이 대표는 여당의 ‘전 국민 재난지원금’ 제의를 덥석 수용함으로써 그들의 매표 포퓰리즘을 공격하는 ‘무기’를 스스로 내던져버렸다. 코로나19 위기로 소득이 줄어든 저소득층과 자영업자을 집중 지원하는 게 원칙과 현실에 맞다. 제1야당 당수가 철학과 정책으로 무장하지 못하고 따릉이 타기와 토론 배틀 등의 이벤트 쇼에만 매몰되면 정권 연장을 위한 멍석만 깔아주게 된다. 야당 지도부가 ‘정치 혁명’이란 일부의 예찬에 취해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이상한 야당’을 보면서 여의도 정치권에서 나돌던 얘기가 떠올랐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꿈(비전)·깡(배짱)·꾀(수단)·끼(재능)·꾼(전문성)·꼴(이미지)·끈(인맥) 등 일곱 가지 쌍기역(ㄲ)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야당이 미래 비전과 수권 능력을 보이면서 정권 교체도 주도하려면 꿈과 함께 깡을 지녀야 한다. 하지만 요즘 국민의힘에선 ‘깡’을 찾아볼 수 없다.

이러니 태클을 받지 않는 여권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폭주하는 것이다.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22일 매년 청년에게 200만 원, 전 국민에게 100만 원씩 나눠주는 ‘기본소득’ 카드를 내밀었다.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도 각각 제대 군인의 ‘사회출발자금’과 사회 초년생의 ‘미래씨앗통장’ 등 현금 복지 애드벌룬을 띄웠다. 과거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의혹 제기로 성과를 거둔 민주당은 윤석열·최재형 등 야권 유력 주자에 대해 무차별 네거티브 공세를 퍼부을 태세다. 또 ‘국민 의식 분단’을 초래하는 편 가르기 정책,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한 언론 장악, 반미·반일 감정 부추기기 등을 시도하고 있다. 남북 이벤트도 노리고 있다.

정책·조직·자금·홍보 등 ‘육해공’ 자원을 고루 갖춘 여권은 온갖 꾀를 다 쓰려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야권이 ‘데탕트’ 전략에 휘말리면 백전백패다. 대선은 ‘과거 회고’가 아닌 ‘미래 전망’ 투표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실전에선 비전만으로 이길 수 없다. 현행 헌법 체제에서 권력은 10년 단위로 교체돼왔다. ‘권불오년(權不五年)’으로 만들려면 반드시 정권을 교체해야 하는 이유를 국민들에게 선명하게 밝힐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야당이 꿈을 넘어 깡을 회복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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