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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진영 "AI로 다시 태어난 어머니, SF 아닌 현실세계 그렸죠"

신작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

작고한 엄마의 흔적 찾는 이야기

AI 소재로 '디지털 씻김굿' 연상

"어머니 일기장 유품이 모티브"





“소설에 등장하는 인공지능(AI) 기술은 모두 해외에서는 이미 몇 년 전 상용화된 겁니다. 음성 AI만 해도 유튜브에서 조금만 검색하면 관련 다큐멘터리를 여러 편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불멸의 세계가 ‘디지털 사후 세계’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죠”

‘침묵주의보’ ‘젠가’ 등 화제작을 여러 편 선보였던 정진영(사진) 작가가 최근 신작 ‘나보다 어렸던 엄마에게(무블 펴냄)’를 선보였다. 오래 전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하지만 단순히 어머니에 대한 추억이나 주인공의 상처를 들여다보는 감성적 작품이 아니다. 소설의 핵심 소재가 AI다. 대필 작가로 살던 주인공이 대기업 AI 연구실의 연구원으로 입사한 후 어머니를 AI로 재현하기 위해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나서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렇다고 해서 SF 소설인 것도 아니다. 이미 그런 질문을 많이 받은 듯 정진영은 “SF소설이라는 얘기를 들으려면 적어도 우주로 나가야 한다”고 웃었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야기 전체가 하나의 길고 거대한 씻김굿과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저 한 가정의 어머니로만 생각했던 사람을 한 명의 여성이자 단일 주체로 인식하고, 그 여성이 여러 현실적 이유로 접어야 했던 꿈과 욕망을 바라봐주고 그 원념을 풀어주는 과정이 씻김굿과 매우 흡사하다. 정진영 역시 인터뷰에서 “디지털로 재현한 굿판”이라고 인정했다.

정진영은 이번 소설에 대해 “오래 전부터 구상했던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그 역시 14년 전 어머니를 갑작스레 떠나보냈고, 유품을 정리하다가 어머니가 남긴 일기장을 발견했다고 했다. 정진영은 “어머니의 일기장을 보니 내가 몰랐던 낯선 여자가 있었다”며 “과연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두고 사는지 생각해보면서 반성하는 의미도 작품에 담았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어머니의 일기장을 읽으면서 느낀 감정을 언젠가 소설로 살려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설득력 있게 서사를 이어갈 만한 소재가 없어서 고민만 거듭 하던 차, AI가 실마리를 풀어줬다. 소설 속 어머니의 일기의 문체와 그 속의 여성적 심리 묘사 등은 아내인 배우 박준면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혼자서는 절대 못했을 작업”이라며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소설 속에는 작가 본인을 연상케 하는 요소가 곳곳에 들어가 있다. 소설 도입부에 나오는 주인공의 자동차 사고는 전업 작가가 되기 전 직장에서 본인이 직접 겪었던 사고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 주인공의 고향이 대전이라는 설정과 어머니의 일기, 오랜 연애 끝에 헤어진 여자친구 등 소설 속 꽤 많은 요소가 그의 경험에 기반한다. 정진영은 “소설이란 게 완전한 허구는 없더라"며 "제 얘기가 적잖이 들어가니 집필하면서도 사실 조금은 힘들었다”고 돌아봤다.

신문 기자 출신인 정진영은 기존에 집필한 작품들이 드라마 제작사들로부터 러브콜을 연이어 받으면서 출판계 안팎에서 주목 받았다. 2018년작 ‘침묵주의보(문학동네 펴냄)’는 최근 JTBC 드라마 ‘허쉬’로 제작 됐고, 지난 해 펴낸 ‘젠가(은행나무 펴냄)’도 곧 드라마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꾸준히 집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글쓰기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이미 초고를 완성한 것도, 대략의 구상을 마친 작품도 있다. “2011년 문학상을 받고 데뷔했지만 이후 7년 간 원래 하던 일을 하느라 아무 것도 제대로 쓰지 못했습니다. 당분간 계속해서 다양한 작품을 활발하게 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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