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후 사실상 첫 대규모 공급 방안을 담은 ‘8·4 대책’을 내놓은 지 1년이 됐다. 하지만 그 결과는 맹탕이라고 할 정도로 초라하다. 정부는 당시 기존 발표분을 포함해 총 2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 가운데 서울·수도권 유휴 부지 등을 활용해 13만 2,000가구의 신규 물량을 발굴했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대부분의 계획은 아직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과천 정부청사와 서울 노원구 태릉CC 개발 계획 등은 주민과의 소통 없이 밀어붙이다가 백지화되거나 표류하고 있다. 서울 도심의 재건축 사업 계획은 ‘공공 주도’라는 딱지를 붙이는 바람에 시장에서 외면했다. 집값 폭등의 와중에도 가진 자에게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이념의 늪에 빠지는 바람에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공급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반(反)시장적인 임대차 3법을 꺼내니 시장이 혼란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전국 아파트 값은 ‘8·4 대책’ 후 올 7월 말까지 10.88% 치솟으며 2006년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집을 구하지 못해 수도권 외곽으로 밀려나는 ‘전세 난민’이 속출하고 이마저 힘든 서민들은 월세를 전전하고 있다. 오죽하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3억 원짜리 전셋집이 5억 5,000만 원이 된다고 합니다. 도둑질을 하지 않고 2억 5,000만 원을 벌 방법은 어떤 게 있을까요”라는 호소문이 올라오겠는가. 이런 아우성을 듣고도 정책 당국자들은 “지금이 고점이어서 집값이 폭락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니 국민들의 가슴이 터질 노릇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규제 일변도의 수요 억제 정책과 엄포를 놓는 정책을 접어야 한다. 편 가르기와 세금 폭탄 정책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임대차법을 철회하지 않고 시장과 호흡하는 공급·세제 방안을 마련하지 않는 한 100번의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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