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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이송 버스 15시간 붙잡아…가장 정신적으로 힘든 순간"

390명 이송총괄 김일응 참사관

한국대사관서 수년간 동고동락

탈레반, 공항정문서 15시간 막아

버스안에 갇힌 아이들 탈진도

아프가니스탄 현지에서 협력자 이송을 담당한 김일응 주아프간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이 27일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송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외교부




“정문 앞에서 탈레반이 통과를 안 시켜줘서 사람들이 15시간 동안 버스 안에 갇혀 있었습니다. 버스가 에어컨이 안 나오고 밖에서 안을 못 보게 색을 칠해서 사람들이 안에서 굉장히 불안해 했습니다.”

김일응(사진) 공사참사관은 27일 외교부 기자단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저희도 버스가 들어오는 날 서서 밤을 샜다. 그 전에도 잠을 잘 수가 없었지만 버스가 들어오는 날은 가장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참사관은 아프간 현지에서 협력자 390명의 국내 이송을 총괄한 책임자다. 본래 아프간 조력자들을 태운 4대의 버스는 당초 지난 24일 오후 3시 반께 카불 공항으로 진입했어야 했다. 하지만 탈레반이 여행증명서 사본을 문제 삼아 결국 25일 새벽에서야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김 참사관은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이 그 더운 날씨에 에어컨 없이 아이들을 데리고 캄캄한 공간에서 탈진해서 내렸다. 한 사람은 (버스 안에서 탈레반에) 구타도 당한 것 같았다”고 전했다. 이어 “미안한 게 15시간 갇혀 있다 나왔는데 물도, 음식도 해줄 수 없었다. 상점이 다 닫아서 저희도 마찬가지로 굶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카불 공항 검문소인 에비게이트는 전날 테러리스트 이슬람국가(IS)의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한 구역으로 만약 이송 작전이 이틀만 늦었더라도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김 참사관이 카불에 머문 동안에도 IS 자살 폭탄 테러 제보는 계속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 현지인을 포옹하는 사진과 관련, “1년간 매일 같이 일한 정무과 직원이다. 그 친구가 특히 얼굴이 상했더라”고 기억을 더듬었다. 그는 당시 밤새 보조 배터리로 스마트폰을 충전하며 15시간 동안 마음을 졸이면서 공항에서 정무과 직원을 만나 격한 감정을 표현한 것이다. 탈출을 소망한 이들 중에는 10년 전 아프간 재건팀에서 함께 일한 동료들도 있었다. 김 참사관은 “통역은 페이스북 출신인데 탈레반 점령으로 지난 몇 년간 십몇 곳을 옮겨 다녔다. 당시에는 청년이었는데 어느새 아들이 셋이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김 참사관의 카불행은 가족에게도 비밀이었다. 그는 “집사람과 사별해서 딸만 둘”이라면서 “지금 방학이라 집에 있는 것 같은데 걱정할까 봐 어제 한국에 도착해서 (딸들에게) 연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카불에 들어갈 때는 (이미) 철수 명령을 받고 나온 상황이라 다시 들어가는 부분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하지만 대사관 사람이 안 들어가면 (조력자들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이날 모두 입국한 아프간 조력자 390명에 대해 “잘 정착해서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기여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국민들께 부탁하고 싶다”며 “우리가 아메리칸 드림을 갖고 해낸 것처럼 이들도 그런 역할을 충분히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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