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가까이 제로금리를 유지해온 노르웨이 중앙은행이 주요 서방 선진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경제활동 재개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미국·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긴축 움직임이 구체화하자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23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0%에서 0.25%포인트 올렸다.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올 12월을 포함해 오는 2022년 말까지 총 다섯 차례의 추가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1.25%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초 1.50%였던 기준금리를 같은 해 5월까지 총 세 차례에 걸쳐 0%로 낮췄는데 인하 시기 전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노르웨이 크로네는 세계 10대 거래 통화 중 하나”라며 “노르웨이가 주요국 중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고 전했다.
노르웨이가 기준금리를 인상한 배경에는 경제 회복에 따른 물가 상승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실제로 노르웨이 중앙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 전망률을 3개월 전 예상치인 3.8%에서 3.9%로, 내년 전망치는 4.1%에서 4.5%로 상향 조정했다. 임금 상승과 경기 회복으로 물가 상승률도 2%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했다. 외위스테인 올센 노르웨이 중앙은행 총재는 “노르웨이 경제가 강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점진적인 정책 금리 정상화를 개시할 때”라고 밝혔다.
주요 선진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영국 중앙은행(BOE)은 이날 기준금리를 0.1%로 동결했지만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BOE가 공개한 지난달 통화정책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통화정책위원들은 향후에 있을 긴축 조치는 기준금리 인상이어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 미국 통화 당국도 기준금리를 내년에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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