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국 런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과 아스널의 경기. 배우 박서준이 관중석에 앉아 ‘노마스크’ 상태로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중계방송 화면에 포착됐다. 이처럼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축구장 관중석을 꽉 채우고 경기를 보는 것은 영국의 ‘위드 코로나’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영국은 지난 7월 19일 코로나19에서 해방됐다는 의미의 ‘자유의 날’을 선포하고 위드 코로나 체제로 전환했다. 프리미어리그는 예방접종을 완료하거나 경기 전 48시간 이내에 코로나19 음성 확인을 받은 관중은 노마스크로 경기를 볼 수 있게 했다. 극장에서도 절반 정도만 마스크를 쓴 채 공연을 관람한다. 학교 수업은 마스크를 벗은 채 이뤄지고 지하철·기차 등 대중교통에서도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 시민들이 마스크 착용 여부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영국이 위드 코로나를 도입한 초창기인 7월에는 하루 확진자가 5만 4,674명에 달하는 등 학교·공연장 등에서 집단감염이 대거 발생했다. 특히 이들 확진자와 밀접 접촉한 이들이 자가격리를 해야 되자 마트의 계산대가 비고 지하철 운행이 축소되기도 했다. 쓰레기 수거가 제대로 안 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그러자 영국 정부는 과감하게 밀접 접촉자 자가격리제도를 폐지하면서 인력난을 해소했다. 하루 사망자가 100명대로 유지되고 입원 환자도 1,000명을 넘지 않는다는 점에서 영국 정부는 현재 상황을 ‘안정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마스크 재착용, 백신패스 도입 등 ‘플랜B’를 마련해둔 상태다.
앞서 주요 음식점·문화시설 출입 시 코로나19 면역 증명서인 ‘그린패스(Green Pass)’를 의무화한 이탈리아의 경우 10월 15일부터 모든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근 때마다 이를 제시하도록 했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그린패스 의무화 조치는 유럽에서 이탈리아가 처음이다.
이달 15일 기준으로 이탈리아의 백신 1차 접종률은 전체 인구의 76.6%에 달했고 접종 완료율은 72.6%를 기록했다. 동시에 지난 1분기만 해도 2만 명을 넘나들던 하루 신규 확진자 수가 최근 10%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탈리아 정부에서는 그린패스가 접종률을 높이고 확진자 수를 감소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그린패스 소지 여부에 따라 회복된 일상을 누리는 이들이 갈리면서 이에 대한 논란도 남아 있는 상태다. 특히 사업장 그린패스 도입이 시행되면서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백신 미접종자와 외국인 근로자 이탈로 인해 인력 공백이 예상된다. 이탈리아 북동부 물류 중심 도시 트리에스테에서는 근로자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해 물류 차단 등 시위를 예고한 바 있다.
반면 그린패스 도입을 건너뛸 정도로 위드 코로나 정책에 자신감을 표하는 나라들도 있다. 접종 완료율 80%대를 훌쩍 넘긴 덴마크(88%)·노르웨이(87%)·스웨덴(81%) 3개국이다. 덴마크는 올 9월 “코로나19는 자국에서 더는 사회에 중대한 위협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제한 조치를 사실상 모두 해제했다.
올 9월부터 전국 학교가 등교를 재개하며 사실상 위드 코로나로 접어든 미국도 유럽의 코로나와 함께 살기 추세에 발맞춰 여행 금지 조치 해제에 나섰다. 미 백악관은 15일(현지 시간) 다음 달 8일부터 지난해 초 도입한 여행 제한 조치를 해제하고 백신 접종을 받은 해외 여행객의 입국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미국은 지난해 초부터 최근 14일 내 프랑스·독일·이탈리아 등 유럽 26개국과 중국·인도·이란 등 33개국에 머문 외국인들은 미국에 입국할 수 없도록 했다.
앞으로는 항공편으로 미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은 탑승 전에 백신 접종 증명서와 72시간 이내에 받은 코로나19 음성 증명서만 제시하면 된다. 미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화이자·모더나·얀센 백신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WHO)가 인정한 백신인 아스트라제네카·시노백·시노팜 접종 완료자도 입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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