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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 화학의 양면성…목숨까지 앗아간 기적의 물질

■책꽂이-화려한 화학의 시대

프랭크 A. 폰 히펠 지음, 까치 펴냄





과학은 현대의 쾌적한 삶을 가능케 한다. 그 중에서도 화학의 역할이 가장 크다. 우리는 수 많은 화학 제품에 둘러싸여 그 혜택을 당연하게 누리며 살고 있다. 아프면 손쉽게 의약품을 복용할 수 있고, 청소용 제품을 이용해서 집 안 구석구석을 깨끗하게 한다. 이 모든 것들을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화학이다.

책 '화려한 화학의 시대'는 기원전 2,700년부터 이어져 온 화학의 역사를 살펴본다. 미국 노던애리조나대 환경독성학과 교수인 저자는 인간의 어리석음, 편견, 노예제도, 학살, 인종 집단의 해체와 자연의 파괴에 대한 이야기, 기근과 질병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노려하는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화학이 가진 모순적이면서도 다층적인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19세기 초 아일랜드에서는 감자가 주식이자 가난한 소작농들의 유일한 식량이었다. 감자는 배고픔을 이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동시에 100만 명이 사망하는 살상무기가 되기도 했다. 아메리카에서 수입한 감자에 숨어 있던 수생균이 급속도로 번지면서 하루아침에 감자 밭을 파괴하고, 당시 아일랜드 인구의 3명 중 1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1845~1850)은 30년이 지나 프랑스 식물학자 피에르 밀라르데가 세계 최초의 항진규제인 보르도액을 개발하면서 해결됐다.



과학자들의 노력은 엄청난 성과를 올렸지만 때로는 그들이 의도하지도, 예상하지도 않았던 재앙을 불러오기도 했다. 화학적 성공의 양면성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바로 치클론이다. 사이안산 계열인 치클론 B는 이(Iouse)는 물론이고 이의 알까지도 한꺼번에 없애준 해충방제재로 적극 활용됐다. 하지만 해충을 없애주던 치클론은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을 학살하는 가스로 악명을 떨치기도 했다.

기적의 제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광범위하게 사용된 유기염소 계열의 살충제(DDT)도 마찬가지다. 제2차 세계대전 때는 모기와 이, 벼룩 등의 해충을 박멸하는 DDT를 열대 섬에 상륙하는 군인들을 위해 광범위하게 살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곤충들은 DDT에 대한 내성을 진화시켰고, 야생에 마구 뿌린 DDT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엄청난 역효과를 가져왔다.

저자는 이렇듯 화학의 역사를 되짚어보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서 화학물질의 사용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 거듭 강조한다. 인간의 필요에 의해 화학의 진화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결국 화학물질 사용 여부에 대한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려 있다. 2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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