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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슬아 "신산업을 기존 법률로 규제…혁신 기업인 모두 잠재적 범법자" [서경이 만난 사람]

오픈마켓 가치는 무한경쟁…'온플법'으로 중개거래 개입땐 품질 저하

일부 데이터 공유 필요 하지만 '수수료 공개' 추진은 시장 교란 우려

벤처기업 스케일업 할 수 있게 수백억 규모 투자환경도 조성돼야

김슬아 컬리 대표가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신사업을 기존 법의 틀에 맞추려는 게 이상한 겁니다. 만약 그렇게 하려고 한다면 이는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사람들을 모두 잠재적인 범법자로 만드는 것일 뿐입니다. 지금의 규제들은 ‘정해진 대로 하지 않으면 언제든 감옥에 갈 수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습니다.”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네거티브 규제의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강조하며 국내 스타트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불필요한 규제 개선과 대규모 자금 투자 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해부터 안성우 직방 대표,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와 함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을 맡고 있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스타트업 투자와 함께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어 이달 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코리아스타트업포럼과 만나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정치권에서 새롭게 추진하려는 규제가 오히려 새로운 혁신이나 경제성장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현재의 문제는 필요한 규제는 하지 않고 자꾸 시장을 왜곡시키는 데 있다”며 “시장에 문제를 맡겨놓고 경쟁으로 해결하면 사회적 비용 없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슬아 컬리 대표가 서울 강남구 마켓컬리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성형주기자


그러면서 김 대표는 현재 정치권에서 추진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관련해서도 추가적인 규제는 플랫폼의 경쟁력은 물론 소비자들의 편익까지 저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업체와의 계약 체결 시 필수 기재 사항을 포함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우월적 지위를 남용할 시 제재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플랫폼은 입점한 모든 업체와의 계약을 통해 중개 판매되는 상품을 검증하고 그에 대한 책임 또한 지게 된다. 또 계약서 작성 시 플랫폼의 영업 기밀이라고 할 수 있는 노출 순서나 알고리즘도 공개해야 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오픈마켓 플랫폼의 가치는 무한 경쟁이라는 비즈니스 모델에 있다”며 “플랫폼이 중개 거래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책임을 지라고 하면 (입점 판매자들끼리의) 경쟁의 강도가 약해져서 소비자들에게 좋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플랫폼이 중간에 개입해 입점 판매자와 이들의 판매 제품을 검증하는 절차를 거치다 보면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 측면에서 판매자 간의 경쟁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김 대표는 또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는 거론되는 플랫폼의 수수료 공개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고 봤다. 그는 “수수료를 공개하는 것은 회사 내에서 직원들끼리 서로 연봉을 아는 것과 똑같다”며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에 맺은 각각의 수수료율을 공개하면 시장에 교란이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상품을 잘 판매하고 있는 판매자에 대해 플랫폼이 수수료를 안 내려준다고 할 때 판매자는 다른 플랫폼에 가서 ‘이쪽에서 이 정도의 매출을 내고 있으니 여기는 수수료를 얼마나 내려줄 수 있느냐’고 할 수 있다”며 “수수료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장이 자정작용을 하게 두면 모두가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미 여러 판매자 커뮤니티에서 수수료율이 어느 정도 공개가 돼 있는데 굳이 정책적으로 이를 공개하도록 해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다. 또 그는 “미국처럼 아마존이 모든 걸 독점하고 있는 시장에서도 이런 규제는 없다”면서 “오히려 한국의 e커머스(전자상거래)는 매우 경쟁적인 시장이라 플랫폼이 너무 많은 게 문제일 뿐 수수료는 영업 비밀로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김 대표는 스타트업의 발전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일정 부분의 데이터 공유는 필요하다고 봤다. 플랫폼이 비즈니스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소비자나 판매자와 공유함으로써 더 나은 서비스를 창출해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 대표는 최근 한우, 미국산·호주산 쇠고기 모두가 가격이 오른 ‘트리플 크라운’ 현상이 발생한 점을 예로 들며 양념육 제조 업체들이 겪는 제품 수급의 어려움을 데이터 공유로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플랫폼에서는 (기존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에즈운하나 유럽·미국 등에서의 물량 문제를 보고 미리 쇠고기 가격 상승을 예측할 수 있다”며 “이를 생산자들에게 공유하면 생산 원가를 미리 관리할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최종적으로 이익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요·가격·원부자재에 대한 수급 여부 등의 데이터를 많이 공유하면 공유할수록 좋다”며 “어떻게 하면 이 데이터를 잘 보여줄 수 있을지와 관련한 실험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국내 스타트업 업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들이 스케일업을 할 수 있는 큰 규모의 자금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시드 투자나 시리즈 A·B 투자는 활성화돼 있지만 몇백억 원 수준의 시리즈 C·D 투자 단계에서는 국내 자금의 지원이 어려워 투자 노력과 비교해 ‘유니콘’의 수가 너무 적고 특정 분야에만 치중된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마켓컬리가 투자받을 때도 국내에 몇백억 원씩 투자받을 수 있는 ‘넥스트라운드’ 투자가 없어 외국계 자본의 힘을 빌렸다. 반면 선진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는 창업보다 창업 후의 성장, 즉 스케일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긴 지 오래다. 김 대표는 “해외에서는 이미 활성화가 돼 있는 중대형 펀드를 타깃으로 해서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오늘날의 마켓컬리가 있을 수 있었다”며 “한국에서 사업하는 것이다 보니 한국에서 투자를 받을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KDB 등의 넥스트라운드에서 글로벌 투자자도 많이 초대하고 부족하다면 해외와 연결해주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며 “정부에서도 계속 유니콘을 키우려고 하니 앞으로의 투자 환경은 5년 전에 비해서는 크게 바뀔 것 같다”고 기대했다.

She is...

△1983년 부산 △2007년 미국 웰즐리대 정치학과 졸업 △2007년 골드만삭스 홍콩지사 △2010년 맥킨지앤드컴퍼니 홍콩지사 △2012년 싱가포르 국영 투자회사 테마섹홀딩스 △2013년 베인앤드컴퍼니 한국지사 △2015년 ㈜컬리(옛 더파머스) 설립 △2020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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