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한국의 경제성장 이론 연구에 매진한 김신행(金信行)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가 7일 오전 8시20분께 삼성서울병원에서 혈액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8일 전했다. 향년 79세.
서울에서 태어난 고인은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전인 지난 1960년대 서울대 법학부에 입학했다. 그는 경제성장 방법을 연구하겠다고 결심하고 관료의 길 대신 유학길을 택했고,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1970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5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가 된 뒤 2008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경제성장론과 국제경제론을 강의했다.
고인은 평생 한국 같은 '소규모 개방 경제'의 성장 요인. '자본'과 '무역(국제경제)' 두 개념을 집중 연구하고 저서를 집필했다. 1977년에 첫 출간한 '국제경제론'(법문사)은 고시계에서 가장 유명한 수험서 중 하나다. 이외 저서로는 '경제성장론'(1999, 경문사), '자본, 시간 그리고 기대'(2009, 서울대출판부)가 있다.
1990년대에는 본지 객원논설위원을 맡았다. 이외에도 한국국제경제학회장을 지냈을 뿐 정치나 공직에는 눈을 돌리지 않았다.
이런 자세는 별세 직전까지 이어졌다. 국제경제론 3판(2005년 출간)부터 공저자로 참여한 김태기 전남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고인은 아침이면 강남 스타벅스 카페에 가서 공부하고, 점심 식사 후에 관악산 주변을 산책하는 생활을 반복했다"며 "지난달 초까지 광주에 와서 곧 출간할 책에 대해 의논할 때도 구경할만한 곳에 모시고 가면 '김 교수, 이제 카페 가서 공부 하세'라는 말을 되풀이하셨다"고 말했다. 최근 'Trade, Capital & Economic Growth(무역, 자본과 경제성장)'라는 책을 영국에서 출판하기 위해서 준비하던 중에 혈액암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인준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평생 순수하게 연구에 몰두한 학자"였다고 회상했고, 김태기 교수는 "누구랑 말다툼 한번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추억했다. 아들 김성수(인천경제자유구역청 사무관)씨도 "순수하게 연구하는 이가 많아져야 한다는 게 소신이셨다"고 말했다.
유족은 부인 염정임(수필가)씨와 사이에 1남2녀(김희정·김주연·김성수)와 사위 이우용(대한외과학회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박진용(The Reserve 대표이사)씨, 며느리 김지연씨 등이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고, 발인 10일 오전 8시30분, 장지 경기 여주 선영. 02-3410-6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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