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시가 나흘 만에 구사일생으로 회생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장 막판에 또다시 내려앉았다. 하루에만 코스피가 네 번이나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등 변동성 장세가 이어졌다. 특히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 회의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테슬라 실적 발표 등 국내 증시의 분수령이 될 대형 이벤트들이 한꺼번에 몰린 27일을 앞두고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다. 국내외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대형 이벤트들이 큰 충격 없이 마무리될 경우 최근의 낙폭을 만회하는 과정에 들어서겠지만 시장의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경우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과매도 구간에 있는 만큼 실적은 좋지만 낙폭이 과도한 종목은 분할 매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26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15포인트(0.41%) 내린 2,709.24에 거래를 마치며 나흘 연속 하락했다. 지수는 오전에 반등 조짐을 보였지만 이날 내내 매수로 일관했던 기관이 오후 들어 매도세로 돌아서며 하락 반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459억 원, 163억 원을 팔며 2,700선을 위협했다. 개인은 홀로 2,257억 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최근 4거래일간 1조 원 넘는 매도 폭탄을 쏟아내며 코스피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코스닥 역시 이날 7.35포인트(0.83%) 내리며 전날(-2.84%)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파월의 입에 쏠린 눈=전문가들은 미 FOMC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등 대형 이벤트들이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첫 번째 고비는 한국 시각으로 27일 새벽 3시께 발표될 FOMC 결과다. 국내 증시를 포함해 글로벌 증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우려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연준은 1월 FOMC에서 조기 금리 인상과 통화 긴축을 여러 차례 시사한 바 있다. 이번 1월 FOMC에서 △1월 금리 인상 △3월 50bp 인상 관련 발언 △양적긴축(QT) 속도 등 강력한 통화정책이 현실화하면 국내시장에도 큰 충격파가 예상된다. 다만 1월 FOMC부터 본격화하는 금리 인상이 항상 주식시장에 악재가 된 것은 아닌 만큼 과도한 투매는 자제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곽병열 리딩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978 년 이후 연 4회 이상 기준금리 인상 시 해당 연도의 S&P500지수와 코스피의 연간 수익률 반응을 살펴본 결과 총 여덟 번의 사례에서 S&P500지수의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는 2회뿐이었다”며 “코스피지수도 연간 수익률이 뚜렷한 약세를 보인 것은 유일하게 2018년인데, 미중 무역 분쟁이라는 특수성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수급 블랙홀’ LG에너지솔루션의 등장=114조 원이라는 사상 최대 공모금을 모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도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후 코스피200·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등 주요 지수에 조기 편입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유입 자금이 최대 1조 5,00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와 ‘따상’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이 코스피 비중 7%인 182조 원에 달하는 만큼 다른 종목의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무엇보다 역대급 대어의 등장으로 코스피 시총 상위 대형주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금융 투자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시총을 100조 원으로 가정할 때 삼성전자 시총 비중은 1.06%포인트, SK하이닉스는 0.21%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상장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물량 확보 경쟁이 더욱 심해지면서 여타 대형주에서 대규모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하지만 역대급 대어의 등장인 만큼 100조 원이 넘는 청약 환불금이 시장에 유입될 경우 활력을 잃은 국내 증시에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빅테크 대표 주자’ 테슬라 실적은=국내 증시와 연관성이 깊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을 주도하고 있는 테슬라 등 주요 기업의 실적 발표도 관건이다. 미국의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추정치가 둔화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국내 증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2차전지 등 성장주의 밸류에이션 압박도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금융 투자 업계는 테슬라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과 순이익을 각각 170억 달러(약 20조 2,600억 원), 23억 3,000만 달러(약 2조 7,800억 원) 내외로 예측했다. 이는 전 분기 매출인 139억 달러(약 16조 6,100억 원)를 넘어서는 사상 최대 실적이다. 국내외 빅테크 기업이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여 시장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실어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미국 S&P500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과 국내 반도체·은행 업종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다”면서도 “현재 국면에서 이익 상향보다는 유동성 관련 우려가 더 부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급락한 실적주는 분할 매수할 만”=전문가들은 당분간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유지할 것을 당부하면서도 2,700선 구간에서 조금씩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실제 올 들어서만 코스피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 9.01% 밀렸고 고점 대비로는 무려 20% 가까이 추락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코스피는 3개월 고점 대비 수익률이 10%로 떨어졌을 때 저점을 찍고 반등하는 패턴을 이어왔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피지수는 지난해 10월 26일 3,049.08 대비 11.14% 밀린 상태다. 이 연구원은 “현금을 보유한 투자자들의 경우 1월 주요 이벤트들이 지나간 후 실적이 좋은 기업을 위주로 분할 매수를 하는 게 좋다”며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은 섣불리 매도에 나서기보다는 조금 더 지켜보는 것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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