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서서히 발을 빼고 있는 중동 지역에 중국이 돈을 쏟아부으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이라크에서 105억달러 규모의 신규 건설 계약을 체결한 중국은 이라크와 10억달러 규모의 건설·에너지 계약을 추가로 맺었다. 일대일로(내륙과 해상의 경제벨트 지칭) 투자가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가운데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수 이후 중국과 중동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상하이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가 발간한 보고서를 인용해 “이라크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정책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지난해 중국이 이라크와 105억달러의 신규 건설 계약을 맺은데 이어 10억달러 규모의 건설·에너지 사업을 추가로 계약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이라크 사이에 체결된 새로운 계약에는 카르발라 지방의 알-카이라트 중유발전소, 나시리야 국제공항 재건, 이란 국경 근처의 만수리야 가스전 개발 등이 포함됐다. 이라크는 지난해 12월 중국 전력건설공사 등과 1000개 학교를 건설하는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라크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제2산유국으로 중국은 이라크의 3번째로 큰 석유 수출국이다. 이라크는 전쟁으로 붕괴된 기반 시설을 재정비 하기 위해 중국 투자 확보에 힘을 기울여왔다. 서구 국가들이 정치적 불안정과 산발적 폭력사태가 여전한 이라크에 대한 투자를 꺼려왔기 때문이다. 아델 압둘 마흐디 전 이라크 총리는 지난 2019년 중국과의 관계를 "양적 도약을 위한 준비"라고 표현한 바 있다.
지난해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후 글로벌 패권을 장악하려는 중국과 경제성장의 동력이 필요한 중동 국가들 간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양측의 결속력이 강해지고 있다.
푸단대 녹색금융개발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의 2025년 5개년 계획에 포함된 해외 투자액은 5500억 달러로 2016~2021년(7400억 달러)보다 25% 줄었다. 반면 중동과 아랍 지역의 에너지·운송기반 시설 투자 계약은 각각 360%, 116% 증가했다.
녹색금융개발센터의 크리스토프 네도필 왕 소장은 “동남아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중국이 중동·아랍 국가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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