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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보복여행' 수요 회복 희망 꺾은 정부

연승 성장기업부 차장





시간이 조금 지나기는 했지만 지난 1월 2년 만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오프라인으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CES 2022) 취재기를 복기해보면 한마디로 ‘코로나 실직 체험기’였다. 우선 공항 리무진은 노선이 거의 사라져 자차로 인천공항에 가야 했다. 해외 출장과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인 ‘면세점 찬스’도 쓸 곳이 마땅치 않았다. 면세점은 거의 문을 닫았고 ‘득템’이라고 할 만한 아이템은 살 수가 없었다. 화려했던 면세점은 쇠락한 도시의 상권과 같았다. 손님을 응대하는 직원도 매장당 한 명 정도가 다였다. 비행기 안에서도 ‘코로나 실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 지긋한 사무장이 식사와 음료 서비스에 직접 나선 것이다. 승무원들의 희망퇴직이 잇따른다는 뉴스를 이렇게 확인한 셈이다.

라스베이거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부분의 마트와 편의점에서 셀프 계산대를 이용해야 했다. 트럼프의 반이민자 정책과 코로나19가 맞물린 현상이다. 일할 사람이 부족한데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마저 코로나19로 일을 쉬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설명이었다. 기자가 묵은 호텔의 멕시코 출신 하우스키퍼는 CES 덕에 오랜만에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CES가 아니었다면 그는 여전히 실직자였을 것이다.

이처럼 승무원, 조종사, 면세점, 버스 회사, 호텔, 여행사 등 여행 유관 업종 종사자들은 코로나19로 가장 타격을 받았다. 특히 관광 서비스 업종 종사자의 경우 여성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해 고용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 코로나19 충격을 그대로 떠안았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여행에서 파생된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이 이처럼 많음에도 불구하고 방역 완화 정책에서 이들은 또 제외됐다. 직접적인 영업제한·집합금지 대상 업종이 아닌 까닭에 재난지원금 등에서 처음에는 제외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확진자와 접촉을 해도 자가격리를 하지 않는 등 방역 조치가 완화됐지만 음성 판정을 받아도 해외 입국자의 경우는 7일간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해외 입국자의 경우 접촉자 파악이 어려워 내려진 조치라는 업계의 분석이 있을 뿐 정부 당국은 뚜렷한 이유를 내놓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세계는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를 없애고 있는데도 말이다. 이 때문에 11일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 연맹은 정부에 다음 달 종료되는 특별 고용 지원 업종 지정 연장을 요구하고 나섰다. 여기에 자가격리가 해외여행 수요를 억누르고 있다며 방역 조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여행 수요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고용도 없다. 여행 관련 업계는 ‘보복 여행’이 살아날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 수요가 명품 쇼핑으로 몰리는 ‘보복 소비’ 현상을 씁쓸하게 바라보면서도 트래블 버블 지역 여행 상품을 비롯해 예약만 해두면 방역 제한이 풀린 이후 떠날 수 있는 상품을 미리 선보이는 등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결국 방역 완화 조치에서 업계가 그토록 바랐던 해외 입국 음성 확인자에 대한 자가격리 면제는 빠졌다. 2년 가까이 고용유지금으로 버티던 종사자를 비롯해 재취업을 노리던 이들이 망연자실한 이유다. 고용유지지원금보다 절실한 건 일자리라는 것을 정부만 모르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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