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간식인 아이스크림 가격이 계속 오른 것은 빙과 업체들의 담합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 점유율 85%에 달하는 빙과 업체 ‘빅4’는 4년에 걸쳐 아이스크림 가격 인상에 합의해 먹거리 담합 기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롯데지주(004990)·롯데제과(280360)·롯데푸드(002270)·빙그레(005180)·해태제과식품(101530) 등 5개 빙과류 제조·판매사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350억 4500만원을 부과한다고 17일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불성실했고 이미 법 위반 전력이 있는 빙그레와 롯데푸드는 검찰에 고발하로 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롯데지주를 제외한 4개사(담합 기간 중 롯데제과는 롯데지주와 롯데제과로 분할됨)는 2016년 2월 15일부터 2019년 10월 1일까지 아이스크림 판매·납품 가격 및 소매점 거래처 분할 등을 합의하고 실행에 옮겼다. 소매점(시판 채널)과 제품을 대량 매입하는 대형 유통업체(유통채널)가 담합의 대상이었다.
통상 아이스크림 제조사는 납품 가격을 낮춰 소매점 거래처를 늘리고 유통업체의 대량 매입을 유도하며 경쟁한다. 하지만 2016년 당시 아이스크림 주요 소비층인 저연령 인구가 줄고 소매점이 감소하면서 수익성이 악화하자 업체들은 담합에 나섰다.
업체들은 경쟁사가 거래 중인 소매점에 높은 지원율을 제시해 거래처를 바꾸는 영업 경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합의를 어기고 경쟁사의 소매점을 빼앗을 경우 기존 소매점을 경쟁사에 넘기기도 했다. 그 결과 4개사가 경쟁사의 소매점 거래처를 침탈한 개수는 2016년 719개에서 2019년 29개로 급감했다.
합의가 잘 이뤄지자 자신감이 붙은 4개사는 납품 가격을 직접 올리는 담합에 나섰다. 2017년 초 4개사는 납품가를 낮춰주는 지원율 상한을 소매점 76%, 대리점 80%로 제한했다. 편의점 마진율도 45% 이하로 낮추고 편의점 판촉 행사 대상 아이스크림 품목 수도 3~5개로 줄이는 데 합의했다.
납품 아이스크림 제품 유형별로 판매가격을 담합하기도 했다. 시판 채널의 경우 2017년 4월 롯데푸드와 해태제과식품이 빠삐코 등 튜브류 제품의 판매가격을 1000원으로 인상하고, 이듬해 1월 4개사는 투게더 등 홈류(가정용 대용량) 제품 가격을 할인 없이 4500원으로 고정했다.
공정위는 2007년에도 빙그레, 롯데제과, 롯데삼강, 해태제과식품 등 4개사가 아이스크림 제품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하고 총 45억 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먹거리 분야와 생필품 등 국민 생활 밀접분야에서 물가상승 또는 국민 가계 부담을 가중하는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히 제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4개 제조사와 경쟁사 소매점 침탈 금지를 합의하고 실행한 부산 소재 3개 유통 대리점(삼정물류, 태정유통, 한미유통)에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소극적으로 담합에 가담한 점을 고려해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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