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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낀 집 자녀에 물려주자"…양도세 완화 허점 노린다

■양도세 유예發 부담부증여 급증

319만가구 상당수 증여 택할수도

6월 종부세 기산일까지 시간 촉박

일반 매물은 버티기 들어갈 가능성

거래 활성화커녕 자산양극화 심화

전문가 "조급증 벗고 신중한 접근을"





인천에 사는 A 씨는 지난달 31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이 발표된 뒤 곧장 알고 지내던 세무사를 찾아갔다. 몇 년 전 투자 목적으로 전세를 끼고 사뒀던 인천 남동구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하면 어느 정도나 세금이 나올지 알아보기 위해서다. 취득 당시 3억 원대에 불과했던 이 아파트는 지난해 7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는 “1억 원에 달했던 양도세 부담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이번 기회에 증여하는 게 유리할 것 같다”며 “자녀도 1주택 실거주 요건을 채운 뒤 재매각하면 세 부담을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수위가 내놓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방안이 전세 낀 증여(부담부증여)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인수위는 이번 대책에 따라 ‘다주택자 매물 증가 →거래 증가 → 집값 하락’을 기대하고 있지만 최근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금리가 급등하는 점을 감안하면 원하던 거래 활성화 대신 자산가들의 ‘부(富)의 이전’ 통로만 넓혀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3일 서울경제가 이장원 장원세무사 대표에게 의뢰해 이번 대책에 따른 부담부증여 양도세 변화를 시뮬레이션한 결과 조정지역 내 시세 10억 원 아파트(취득가 3억 원·전세 보증금 6억 원·보유 기간 15년 기준)의 양도세 부담은 규제 완화 이전 2억 9353만 원에서 완화 이후 1억 50만 원으로 2억 원 가까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과 유예 조치에 따라 세율이 기존 70%에서 38%로 낮아지고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도 되살아난 데 따른 결과다.



현재는 다주택자가 조정지역 내 주택을 보유하고 있으면 장특 공제를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조치가 발동되면 소득세법에 따라 조정구역이 해제되지 않더라도 장특 공제를 받을 수 있게 돼 결과적으로 이중 감세 효과를 얻게 된다. 전세 낀 증여 거래 시에는 양도인(부모)이 전세 보증금에 대해 양도세를 내고 양수인(자녀)이 시세에서 보증금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세무업계와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결과적으로 자산가들의 자녀 증여에 가장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지금은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너무나 커 거래 활성화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세제실 출신의 한 전직 관료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상태에서 시장에 매물이 쏟아진다고 해 모두 소화될지 불투명하다”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을 풀어줄 가능성이 있고 종부세 기산일(6월 1일)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증여가 아닌 매물은 일단 버티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현 정부가 차기 정부 출범 때까지 중과 유예 조치를 미룰 경우 ‘매물 잠김’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통상 주택 매매계약 이후 잔금 완납까지 석 달가량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새 정부 출범일(5월 9일) 이후 6월 1일 전까지 정상적인 거래가 불가능한 탓이다.

거래 활성화 효과가 제한되는 가운데 다주택 자산가들의 부담부증여만 늘어나면 새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부자 감세’ 논란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 2020년 기준 전국에서 2주택 이상을 보유한 다주택자는 약 319만 가구다. 증여 거래는 문재인 정부 들어 거래세와 보유세가 모두 증가해 일명 ‘똘똘한 1채’가 대세가 되면서 폭발적으로 늘었다가 지난해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 남아 있는 다주택자 중 상당수는 지나치게 불어난 양도세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일단 버티기에 들어간 부담부증여 대기자라는 게 세무 업계의 분석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정교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아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뭐든지 문재인 정부의 반대로만 하겠다는 일명 ‘ABM(Anything But Moon)’ 식 정책 운용을 고집할 경우 최대 정책 목표인 집값 안정화에 실패하면서 자산 양극화만 키우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세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양도세 완화만 해도 언제부터 유예를 해주겠다는 것인지 결론이 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발표해 시장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며 “대출 규제 완화도 극도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칫 자영업자에 이어 청년층을 중심으로 부채 뇌관만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인실 서강대 교수는 “새 정부가 빨리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을 내지 말고 장기적 시각에서 규제 정상화 및 연착륙에 나서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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