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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의 아트레터] '불편함'을 드러내는 아티스트, 미미박

베를린·뉴욕·서울서 활동하는 한국계

실용성·합리성에 의문 제기하는 작업

최근 뉴욕 루보브 갤러리에서 개인전

루보브갤러리에 전시 중인 미미박 작가의 'Play Humming Planting'




2016년 뉴욕 트라이베카에 처음 개관한 신생갤러리 루보브(LUBOV)갤러리는 3년 전쯤 현재 위치인 차이나타운으로 옮겼다. 허름한 중국 식당이 1층에 위치한 건물의 꼭대기에 위치한 갤러리는 소위 ‘힙’하다는 인상을 준다. 이 갤러리의 주인인 프란치스코 코르데로(Francisco Cordero)는 미술을 전공한 젊은 갤러리스트로서, 뉴욕의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실험적이면서 획기적인 전시를 선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현재 루보브 갤러리에서는 서울에서 태어나 뉴욕을 베이스로 작업하는 미미 박(Mimi Park)의 전시가 한창이다. 올해 콜롬비아 미대 대학원을 졸업할 예정인 미미 박 작가는 전형적인 갤러리 공간에서 열리는 전시와는 차별화되는 작품들을 서울, 베를린, 시카고, 뉴욕 등지에서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자연 경관이나 테마 파크를 축소 시켜놓은 듯한 미미 박의 설치 작업 'Play Humming Planting'


실험적인 갤러리스트와 아티스트의 만남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Dawning: dust, seeds, Coplees’라는 주제로 오는 16일까지 열린다. 전시는 크게 두 공간으로 나뉜다. 메인 전시장에는 거대한 자연 경관이나 테마파크를 축소시킨 듯한 설치 작업 ‘Play Humming Planting’이 놓여있으며, 작가가 다양한 재료와 물질들로 손수 만든 30여 개의 작은 오브제 작업들 또한 군데군데 설치돼 있다. 갤러리 안쪽 작은 전시장 공간에는 작가가 설치 작품에 사용하는 작은 재료들이 하나씩 나열돼 있는 설치 작업 ‘Studio Room’이 바닥에 놓여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우리가 일반적으로 경험해왔던 전형적인 미술 전시와는 다른 차원의 경험을 하게 된다. 보통의 미술 전시가 우리의 시각을 자극한다면, 미미 박 작가의 전시에서는 후각, 청각, 촉각과 같은 다양한 감각이 동원된다. 설치 작품들 위에 놓여 있는 각기 다른 오브제에서 모터가 돌아가는 소리, 미니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 소리, 메인 설치 작업 위에 심어져 있는 무순에서 나는 식물 냄새, 작가가 직접 만든 안개 제조기에서 나는 연기 등 익숙하지 않은 풍경이 펼쳐진다.



미미박 작가의 오브제 및 작업 보수를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나열한 설치 작업 'Studio Room'


전시된 모든 작업물들의 배치와 크기가 흥미롭다. 이번 전시에서 그녀의 작품들은 임의적으로 바닥에 놓여 있다. 바닥에 빽빽하게 놓인 미세한 오브제 작업들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동선을 자발적으로 유도한다. 작은 오브제 작업들을 보기 위해 신체를 구부리게 되는 일반적이지 않은 관람 환경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전시 공간이 작가의 작업실인지 전시장인지를 분간하기 힘들어 작업이 현재 진행형인지 아니면 완료형인지 의문을 가지게 만들기도 한다. 실제로 미미 박 작가는 전시가 일어나는 기간 동안 자신이 ‘비생산적’, ‘비효율적’으로 만든 오브제를 수리하기 위해 갤러리에 자주 들린다고 한다. 작은 전시장 공간에 마련되어 있는 설치 작업 ‘Studio Room’은 작가가 설치 작업을 고치기 위한 작은 부품들을 그대로 나열한 작품이다.

미미박 작가의 설치작업 'Play Humming Planting' 중 오브제 작업 'Coplee Swarm'


이러한 특징은 작가의 작업 철학을 잘 드러낸다. 미미 박 작가는 ‘생산성’ ‘실용성’ ‘기능성’ ‘합리성’을 거부하는 작업을 추구한다. 일부로 ‘불편함’을 경험할 수 있는 그녀의 작업에서는 미술을 뛰어넘어서 동시대에 익숙해왔던 ‘편리함’을 다시 한번 재고하게끔 하는 여운을 남긴다. 전시되어 있는 오브제 작업 중에 ‘Motion activated fan’이 대표적이다. 단순한 미니 선풍기에서 바람이 나오는 구조를 가진 오브제 작업인데, 작가는 전기 코드에 직접 연결하면 쉽게 작동이 될 선풍기의 배선 구조를 인위적으로 바꾸었다. 배터리에 복잡하게 연결되어 작동하는 선풍기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익숙해져 있는 기계의 메커니즘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글·사진(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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